"이 사람 나쁜 사람 맞죠?" 이긴 판결문이라도 함부로 공개하면 당신도 처벌받습니다
"이 사람 나쁜 사람 맞죠?" 이긴 판결문이라도 함부로 공개하면 당신도 처벌받습니다
"범죄자를 범죄자라고 말했는데 뭐가 문제야?" 사적 보복은 명예훼손죄 대상
이름 가렸어도⋯정황상 누군지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이면 처벌 못 피한다

얼마 전 범죄 피해자가 자신이 승소한 판결문을 SNS에 올렸다가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법원은 "사건의 피해자였더라도 개인의 범죄사실과 신상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은 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봤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한 성추행 피해자가 자신이 승소한 판결문을 SNS에 올렸다가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성추행 피해자이자, 이 사건 피고인에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를 물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양환승 부장판사는 "관련 사건의 피해자였더라도 SNS에 개인의 범죄사실과 신상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은 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승소 판결문을 받아 들고나면 누구나 그 사실을 알리고픈 마음이 들 수 있다. 더군다나 형사판결문이라면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라는 걸 가장 명백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통쾌한 복수로 끝나지 않는다는걸 기억해야 한다.
해당 사건 외에도 판결문을 함부로 공개했다가 처벌받은 사례가 존재했다.
경기도 화성시 모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던 A씨. 그는 같은 아파트 입주민 B씨와 잦은 다툼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사사건건 아파트 운영 문제를 두고 마찰을 빚은 것.
전임 회장 때부터 B씨는 유명인사였다. B씨는 "입주자대표단이 아파트 보상금과 장기수선충당금을 임의로 사용했다"며 근거 없는 주장을 계속했다. 결국 B씨는 전임 회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B씨는 계속해서 아파트 운영에 딴지를 놓았다. 급기야 전임 회장과 관리소장은 현재 회장인 A씨에게 B씨가 허위 사실 유포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아파트 입주민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실을 입주민들에게 알리면, B씨가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판결문에서 이름만 가리면 될 거라고 봤다.
결국 A씨는 아파트 각 동에 있는 엘리베이터 게시판마다 문제의 판결문을 붙였다. B씨의 이름은 가렸지만 분쟁 경위나 내용, 처벌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아는 사람들은 당사자가 B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개한 B씨는 A씨를 명예훼손죄로 고발했다.
그리고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이원석 판사는 지난해 3월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진행된 항소심의 판단도 같았다.
지난해 8월 항소심을 맡은 수원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서영효 부장판사)는 "범죄 전력을 포함해 누군가의 형사처벌 여부는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뒤따르는 내용"이라면서 "내밀한 사생활에 해당하는 형사처벌 내용을 그대로 게재한 점에서 침해행위가 가볍지 않다"고 원심의 유죄를 확정했다.
앞서 성추행 피해자가 유죄를 받은 취지와 비슷했다. ①승소한 판결문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게 공개했고 ② 그 안에 개인의 범죄사실과 신상이 담겨있다면 이 또한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본 것이다.
우리 법원은 사건관계인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실명화를 거친 판결문만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또한 범죄자라고 할지라도 아주 제한적으로만 신상 공개를 명하고 있다. 특정강력범죄법에 명시한 중대범죄나 성폭력처벌법 또는 청소년성보호법에 위배되는 특정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다. 해당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신상 공개를 하지 않는다.
이 사건 재판부는 "피고인 A씨가 판결문을 게시한 행위가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사안도 아니다"라며 "피고인과 피해자의 (좋지 않은) 관계, 범행 동기나 수단, 침해 결과를 볼 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이 적합하다"고 판시했다.
사실을 알리고도 명예훼손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공익적 목적'이 있었을 때다. 하지만 앞선 두 사건 모두 판결문을 공개한 행동에서 공익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SNS나 입주민게시판에 판결문을 공개하면서 사적으로 보복하려는 목적이 더 컸다고 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