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빗나가도 폭행" 오해 바로잡은 대법원 판결의 진실
"그릇 빗나가도 폭행" 오해 바로잡은 대법원 판결의 진실
1·2심 무죄 판결 뒤집힌 이유
폭행죄는 '신체 접촉'이 아닌 '유형력 행사'가 핵심이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대전의 한 노래방에서 발생한 사건이 법조계와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다. 2023년 7월, A씨가 B씨에게 플라스틱 그릇을 던졌지만 빗나가 B씨의 몸에 닿지 않았다.
이에 1,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완전히 다른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다. 이는 '몸에 닿지 않으면 폭행이 아니다'라는 일반적인 오해를 바로잡는 중요한 판결로 평가받는다.
기존 판례의 흐름 폭행죄의 진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 이미 확립된 기존 판례의 흐름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판례를 통해 폭행죄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자.
폭행 개념의 확장: 과거에는 폭행죄 성립에 신체 접촉이 필수적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판례는 점차 폭행의 개념을 넓혀갔다. 1990년 대법원 판례(89도1406)는 "피해자에게 근접하여 욕설을 하면서 때릴 듯이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도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신체 접촉 없는 유형력 행사도 폭행이 될 수 있다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
공간적 근접성과 위험성의 중요성: 2003년 대법원 판례(2000도5716)는 전화기를 이용한 고성은 폭행이 아니라고 보면서도, 고성과 함께 손발을 휘두르는 행위는 폭행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폭행죄 성립에 '공간적 근접성'과 '행위의 위험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임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 역시 A씨가 B씨에게 직접 그릇을 던진 행위의 위험성과 근접성이 인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유형력 행사로 확대: 2016년 대법원 판례(2016도9302)는 자동차를 이용해 피해자를 위협하는 행위도 폭행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러한 판례들은 폭행의 개념이 직접적인 폭력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공포와 불안을 야기하는 모든 형태의 유형력 행사로 확대되었음을 시사한다.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파기한 이유
대법원은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의 행사를 뜻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1, 2심이 A씨의 행동을 단순한 '불만 표시'로 본 것과 달리, 대법원은 그릇을 던진 행위 자체가 B씨에게 불법적인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비록 그릇이 빗나갔더라도, 그 행위가 B씨에게 공포감을 주고 위협을 가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은 폭행죄의 본질이 단순히 신체적 상해 여부가 아닌, 상대방에게 가해진 '불법적인 위협'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폭행은 단순히 신체를 때리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으며, 누군가를 향해 물건을 던지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립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