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최장기 미제' 1999년 변호사 살인 사건…유죄로 뒤집혔다
'제주 최장기 미제' 1999년 변호사 살인 사건…유죄로 뒤집혔다
1심 '살인 혐의' 무죄 뒤집고 징역 12년 선고
재판부 "살상력 높은 특수 제작 흉기 사용 알고 있었다"

제주의 대표적 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인 '변호사 살인 사건'과 관련,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받은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지난 1999년 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제주 도심 한복판에서 살해당한 사건. 당시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서 지난 22년간 제주의 대표적인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런데 오늘(17일) 이 사건 피고인이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제주 최장기 미제사건' 꼬리표를 떼게 됐다.
17일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1심)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제주 지역 폭력조직 활동 대원이던 A씨는 지난 1999년 8~9월 경 성명 불상자로부터 "골치 아픈 문제가 있어", "손 좀 봐줘야겠다", "절대 봐주면 안 된다"는 지시와 함께 현금 3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새벽 제주시 북초등학교 인근 거리에서 조직원 B씨와 함께 피해 변호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범행을 직접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B씨(현재 사망)와 이 변호사 살해를 공모한 혐의로 '공모공동정범'에 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공모공동정범이란 2인 이상의 자가 범행을 공모해 그 공모자 가운데 일부만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공모만 하고 실행행위를 하지 않은 자라도 공동정범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 형법은 공동정범을 각자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하고 있다(제30조).
앞서 A씨는 지난 2020년 6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보자'로 출연하면서 과거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조직폭력배 두목의 지시를 받고 동료를 시켜 해당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범행에 사용된 것과 비슷한 모양의 흉기를 직접 그려서 제작진에게 보여주고, 피해자의 이동 동선과 골목의 가로등이 꺼진 정황까지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A씨는 "유족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어 방송에 출연했다"고도 했다.

그런데 A씨는 막상 재판에 넘겨지자 "리플리 증후군이 있어 방송 촬영 당시 부풀려서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결국 그는 지난 2월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를 받았다. 다만 방송 취재진을 협박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2심) 재판부는 A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방송에서 '피해자를 상해만 입히려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공범 B씨는 살상력이 높은 흉기를 제작했고 이를 범행에 사용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고인은 지시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행 지시, 범행 결과 등 실행의 행위를 인정해 살인 혐의에 대한 공모공동정범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