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 보호 의무, 담당부서는 '갸웃'해도⋯이용수 할머니는 '권리' 요구할 수 있다
'2차 가해' 보호 의무, 담당부서는 '갸웃'해도⋯이용수 할머니는 '권리' 요구할 수 있다
'정의연 의혹' 최초 폭로 이후 이용수 할머니에게 쏟아진 2차 가해
여성폭력방지법상 '2차 가해' 방지는 국가의 의무⋯담당 부서는 법 적용 회의적
백혜랑 변호사 "공식 문제제기 가능⋯대응 없다면 국가배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을 방문해 활동가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을 최초 폭로한 이용수 할머니(92).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이기도 한 이 할머니를 향한 2차 가해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가짜 위안부"라거나 "왜구의 후예" 같은 모욕적인 언사에서부터 차마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발언까지 무차별폭격 형태로 쏟아진다.
이 사태에 대해 로톡뉴스는 지난 1일 "여성폭력방지법상 국가는 이런 '2차 피해'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라고 보도했으나, 담당 부서인 여성가족부와 대구시 등은 개입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 위원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한올의 백혜랑 변호사는 다르게 봤다.
"피해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 또는 그 대리인은 여성폭력방지법을 근거로 공식적인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며 "그 이후에도 담당 부서가 아무런 조치 또는 답변을 하지 않는다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성폭력방지법은 여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개념을 명시한 최초의 법안이다. 지난 2018년 '미투(Me too)' 운동이 한창일 때 "2차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터져 나왔고, 이를 법제화한 법안이 바로 이 법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법 제18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2차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뒀다.
백혜랑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해당 법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법에서 말하는 '2차 피해'는 여성폭력 피해자가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 피해를 의미한다. 이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로서 전시 여성폭력 피해자이므로 이 법 조항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금은 이 조항을 근거로 당장 국가의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의무 규정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세부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국가의 부작위(不作爲·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것) 책임을 인정받는 건 대법원 판례상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 할머니가 국가에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청을 한 이후에도, 국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했다. 백 변호사는 "그때는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백 변호사는 "이 할머니는 여성폭력방지법을 근거로 정식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담당 부서인 여성가족부 등은 어떤 방식으로든 답변을 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담당 부서가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나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때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배상법 시행령상 누군가의 명예가 침해된 경우 위자료 기준은 '1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