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법정공방 펼친 '국기모독죄'⋯대법원의 판단도 무죄였다
5년간 법정공방 펼친 '국기모독죄'⋯대법원의 판단도 무죄였다
국기모독죄 1심 무죄 → 헌법소원 → 헌재 "합헌 결정" → 2심 무죄 → 대법원 무죄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5년 만에 '국기 모독'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라이터로 불을 붙여 태극기를 태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5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13일 대법원(주심 노태악 대법관)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지난 2015년 열린 세월호 1주기 범국민 대회에 참석한 A씨는 종이 태극기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태웠다. 또한 시위 참여자들과 함께 차로를 점거하고, 차벽으로 세워진 경찰버스에 매단 밧줄을 끌어 내리고, 경찰을 폭행하기도 했다.
이 일로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국기모독죄'를 비롯해 일반교통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공용물건손상 등에 대한 혐의를 받았다.
2016년 2월,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김윤선 판사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국기모독 혐의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봤지만, 다른 혐의들은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김 판사는 "A씨가 여러 차례 집회해산 명령에도 따르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다만 "초범이고 시위에 단순 가담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후 A씨는 국기모독죄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면서 항소심(2심)이 잠시 중단됐다. 형법 제105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한 사람'에게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A씨는 이 부분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A씨가 2016년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한 판단은 지난해 12월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국기 모독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은 A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국기모독죄는 단순⋅일부 위헌이라고 봤지만, 위헌정족수 6명을 넘지 못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기는 국가의 역사, 국민성, 이상을 반영하고 헌법적 질서와 가치, 국가 정체성을 표상하며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가지는 독립성과 자주성을 상징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 국기 훼손 행위를 금지·처벌하지 않는다면, 국기가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고, 국민의 국기에 대한 존중의 감정이 손상될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이어 "국기 훼손 행위를 형벌로 제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헌재 판결이 나오자 항소심(2심)도 재개됐고, 지난 7월 결과가 나왔다.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2부(부장판사 이원신·김우정·김예영)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교통을 방해하고 해산 명령에 불응했다"며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기모독 혐의와 관련해서는 "집회 참석 경위나 태극기 소훼 상황 등을 보면 제출된 증거만으로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음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국기모독죄를 무죄로 본 판단에 불복해 또다시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도 "A씨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는지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