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했는데 빚이 친척에게?…채무 대물림 막는 한정승인
상속포기했는데 빚이 친척에게?…채무 대물림 막는 한정승인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고인의 빚은 다음 순위 친척에게 연쇄적으로 승계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부모가 남긴 막대한 채무를 피하기 위해 상속인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제도는 ‘상속포기’다.
상속을 포기하면 고인의 재산과 빚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내려놓게 돼, 당장의 빚 독촉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다고 해서 고인의 빚이 완전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가 요구된다.
상속포기의 맹점, 법정 순위 따라 승계되는 채무
현행 민법은 상속에 엄격한 법정 순위를 규정하고 있다.
- 1순위: 고인의 직계비속(자녀, 손자녀 등)과 배우자
- 2순위: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과 배우자
- 3순위: 형제자매
- 4순위: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상속포기는 법적으로 포기자를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다. 따라서 선순위 상속인 전원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그 지위는 법정 순위에 따라 다음 사람에게 그대로 넘어간다.
가령 고인의 자녀들이 빚을 떠안지 않으려 상속을 전면 포기하면, 해당 채무는 2순위인 고인의 부모나 3순위인 형제자매, 나아가 평소 교류가 없던 4촌 친척에게까지 차례대로 승계된다.
친척들이 고인의 사망이나 채무 상태를 인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새로운 상속인이 되어 빚을 갚아야 하는 억울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직계비속 범위와 달라진 배우자 단독상속 판례
상속 채무가 승계되는 과정에서 1순위 상속인인 ‘직계비속’의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빚을 피하기 위해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자녀의 자녀인 ‘손자녀’ 역시 1순위 직계비속에 해당해 빚을 물려받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배우자와 자녀가 공동 상속인일 때의 법리 해석이 크게 변경됐다.
과거에는 자녀가 모두 상속을 포기하면 고인의 손자녀가 생존 배우자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됐다.
하지만 변경된 판례에 따라 자녀 전원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채무가 손자녀로 넘어가지 않고 생존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인이 된다.
미성년 손자녀가 예기치 못한 빚을 떠안는 문제를 보완한 판결이다. 그럼에도 생존 배우자가 없거나 배우자마저 상속을 포기한다면 채무는 다시 후순위로 넘어가게 된다.
연쇄적인 빚 대물림 차단…해법은 ‘한정승인’
이처럼 후순위 상속인이나 친척에게 채무가 연쇄적으로 전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대안으로 ‘한정승인’ 제도가 꼽힌다.
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물려받는 적극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고인의 빚을 변제하겠다고 법원에 신고하는 제도다.
선순위 상속인 중 한 명이라도 한정승인을 받으면, 고인의 남은 재산으로 채무를 청산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청산 후에도 갚지 못한 채무가 남을 수 있지만,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의 고유 재산으로는 이를 변제할 책임이 없다. 가장 큰 장점은 법적 상속 절차가 해당 단계에서 종결되어 후순위 상속인에게 빚이 승계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고인의 채무가 재산보다 많거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면, 상속인 전원이 상속포기를 하기보다 1명이 대표로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 상속인들이 상속포기를 진행하는 것이 빚의 대물림을 안전하게 끊어내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