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밀물 고립돼 익사…'경고 표지판 안 세운' 지자체 책임 10%
갯벌 밀물 고립돼 익사…'경고 표지판 안 세운' 지자체 책임 10%
반복된 갯벌 익사 사고
법원 "안전조치 소홀한 지자체, 10% 배상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인천 옹진군의 한 갯벌에서 바닷물에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은 해당 구역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자체의 책임을 일부 인정해 유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순식간에 차오른 바닷물, 피하지 못한 참변
2021년 1월 19일, 조현병을 앓고 있던 B씨는 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인천 옹진군에 위치한 섬 주변 해안가를 방문했다.
간조 시간이 지나 썰물 때 드러난 갯벌을 걷던 B씨는 이후 갑작스럽게 밀려든 바닷물에 갇혀 익사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해양경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인근 갯벌은 약 10분 동안 200m 상당 길이의 구역이 순식간에 물에 잠길 정도로 밀물이 빠르게 들어오는 곳이었다.
B씨의 어머니인 A씨는 갯벌 인근을 관리하는 옹진군이 조수간만의 차이로 인한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거나 경고 방송을 하는 등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며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자체 측 "다른 원인에 의한 사망" 주장
소송 과정에서 피고인 옹진군 측은 이 사건 사고가 단순한 익사 사고가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옹진군은 B씨가 마지막으로 CCTV에 촬영된 시점이 간조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이므로 갑자기 물이 차올라 익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B씨의 지적 장애 등을 고려할 때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걸어 들어가는 등 다른 원인에 의해 사망했을 수 있다고 항변했다.
또한, 옹진군은 가사 안전 표지판을 설치했더라도 조현병이 있던 B씨가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자체의 안전관리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도 부인했다.
법원 "안전 표지판 미설치 등 관리 부실 인정"
하지만 법원은 지자체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인천 제2민사부는 B씨가 상당한 시간 동안 갯벌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차오른 물을 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장소가 물때를 모르는 외부인이 접근했다가 고립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해 온 곳이라는 점을 짚었다.
따라서 지자체가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한 안전물을 설치하지 않은 잘못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았다.
B씨 측 과실 참작해 배상 책임 10%로 제한
다만, 법원은 지자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10%로 제한했다. 법원은 배상액을 산정하며 다음과 같은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를 과실상계에 참작했다.
B씨 스스로 물때를 미리 살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사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못했다.
B씨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보호자인 A씨가 적절한 보호와 감독을 하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옹진군이 A씨에게 약 2,557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며, 항소심 재판부는 일실수입(사고가 없었을 경우 장래 얻을 수 있었을 소득) 등을 일부 재산정하여 지자체의 배상액을 약 2,600만 원으로 변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