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꿔놓은 계약서⋯이젠 전쟁⋅천재지변과 동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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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꿔놓은 계약서⋯이젠 전쟁⋅천재지변과 동급됐다

2020. 07. 28 13:37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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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초비상 걸린 국내 대형 건설사들⋯해외 수주 공사 잔액 1조원

문제는 '기존 계약서'⋯코로나19 명시하지 않으면서 책임 분쟁의 씨앗 돼

이준상 변호사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계약서' 트렌드를 들어봤다

기존의 계약서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을 대비하지 못했지만, 이를 대비한 포스트코로나 시대 계약서의 새로운 표준이 등장했다. /셔터스톡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 만약 지키지 못했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원칙'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약속을 어긴 과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도저히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면, 그땐 어떻게 될까.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이 문제에 맞닥뜨렸다. 이라크 현지에서 정유공장을 건설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공사가 사실상 중단되면서다. 문제는 '약속했던 공사 일정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 그 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것이다.


양측(국내 건설사들⋅이라크 정부)은 이를 두고 비상이 걸렸다. 책임 소재에 따라 걸려있는 돈이 무려 1조원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라고 할지라도, 한 방에 휘청일 수 있게 만드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태를 미리 방지할 수는 없을까. 법무법인 최선의 이준상 변호사는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계약서는 이런 상황을 대비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계약서는 가능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계약서의 새로운 표준, 뉴노멀(New Normal)을 이 변호사가 소개한다.


코로나19는 계약서상 '불가항력'에 해당할까⋯아직까진 의견 분분

법무법인 최선의 이준상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최선의 이준상 변호사. /로톡 DB

계약서에는 보통 '불가항력(不可抗力⋅사람이 막을 수 없는 일)' 규정을 담아둔다. 쉽게 말해 계약은 지켜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지키지 못했더라도 그 책임을 면제해준다"는 내용이다. 전쟁이나 천재지변, 테러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기존 계약서에 '코로나19가 여기에 들어가는지' 여부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의 창궐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해석의 영역에 맡겨지게 되는데, 아직은 의견이 분분하다. 기준이 될 만한 정부 기관의 해석이나 우리 법원 판례가 나오기 전이라서다.


이준상 변호사는 "빠르면 올해 중으로 하급심 판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대법원에서 일관된 기준이 확정되려면 적어도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불가항력 인정 여부에 따라⋯해외 수주 공사잔금 1조원 달렸다

'불가항력이 인정되느냐, 마느냐'는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이라크 정유 공장 케이스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계약서에 적힌 일정을 지키지 못하게 된 건설사에 "불가항력이었다"는 점이 인정되면, 기일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덜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사 날짜를 어긴 시점에서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게 되는 것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코로나19가 불가항력으로 인정될지 말지에 따라 (건설사가 이라크에서 받아야 할) 공사잔액 1조원의 향방이 정해지는 것이다.


24일 공군 공중급유기 'KC-330'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라크 파견 근로자들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공군 공중급유기 'KC-330'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라크 파견 근로자들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 마디로 '불가항력이 인정되느냐 마느냐'는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누가 책임느냐'를 결정하는 변수인 것이다.


기업 인수⋅합병(M&A) 상황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불가항력

이런 문제는 기업 인수⋅합병(M&A)에서 두드러진다. M&A 실무에서는 불가항력을 'MAC(Material Adverse Chagne)', 'MAE(Material Adverse Effect)' 라는 개념으로 계약서에 포함시킨다.


인수⋅합병을 하기로 계약한 이후 합병이 끝나기까지 '그 사이 시간'에 큰 변동이 있을 때, 인수⋅합병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거나 계약 조건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조항이다.


최근 무산된 제주⋅이스타 항공의 인수합병 사건의 쟁점도 MAC이었다. 경영악화를 겪던 이스타항공은 채무가 일정 이상으로 늘어나자, 제주항공에 회사를 넘기려고 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측 빚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했고, 그걸 전제로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과의 노딜을 선언한 다음 날인 24일 서울 김포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이스타항공 여객기 뒤로 제주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과의 노딜을 선언한 다음 날인 24일 서울 김포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이스타항공 여객기 뒤로 제주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합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는 점에 있었다. 애초에 계산된 이스타항공 측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제주항공은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이스타항공 측 기업가치가 훨씬 낮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애초에 약속했던 조건대로 우리를 인수하라"고 맞섰다.


이 상황에서 '코로나19'가 MAC(불가항력 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만약 해당한다면 제주항공이 "중대한 변동이 생겼으니 MAC에 의해 우리는 발을 빼겠다"고 말할 수 있고, 이에 대해선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MAC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계약서상 MAC 조항의 대표적인 예시에 '코로나19'가 명시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달라진 계약서⋯"코로나는 불가항력에 포함된다" "코로나는 불가항력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이준상 변호사는 "(이제부터) 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확실하게 코로나19를 어떻게 정의할지 합의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천재지변을 넘어 이제 각 계약 당사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MAC 조항에 넣을지 말지 결정하면 된다. /셔터스톡
천재지변을 넘어 이제 각 계약 당사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MAC 조항에 넣을지 말지 결정하면 된다. /셔터스톡


실제로 법무법인 최선 측이 작성한 뉴노멀 계약서를 보면, "코로나19는 불가항력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거나, 반대로 불가항력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각 계약 당사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MAC 조항에 넣을지 말지 결정하면 된다.


'COVID-19(코로나 19) 또는 이와 유사한 전염병으로 인한 사정은 불가항력에 포함되지 아니함.'


'제14조 불가항력

파업, 천재지변, 반란, 테러, 감염병 및 전염병(사스⋅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 등)'


이준상 변호사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에는 계약서에 이러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후의 계약에서는 이러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등을 계약 지연⋅해지의 사유로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는 식의 조항이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계약을 할 때는 코로나19를 '불가항력'으로 인정하기로 했는데, 이후 판례가 정반대로 뒤집힌다면 그땐 어떻게 될까. 이준상 변호사에 따르면 그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변호사는 "이후 판례가 나오더라도, 당사자 간의 합의가 우선한다"며 "계약상 사적자치(私的自治⋅개인 간의 법률관계는 개인 각자에게 맡긴다는 원칙)에 따라 계약 내용을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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