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사망 업무상 과실치사에도 의사 면허 유지
의료사고 사망 업무상 과실치사에도 의사 면허 유지
논란의 의료법 조항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SBS 방송 캡처
2016년 9월 8일,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던 대학생 권대희 씨가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수술실 CCTV에는 집도의가 수술 도중 자리를 비우고, 초보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수술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담겨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의료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의료진은 징역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의사 면허는 그대로 유지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수술실 CCTV가 드러낸 진실
2016년 9월 8일, 권대희 씨는 사각턱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수술은 오후 12시 30분에 시작되었으나 11시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았고, 권 씨는 과다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49일간 사투를 벌였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그의 몸에서 빠져나간 혈액은 3500cc에 달했다.
권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직접 의료기록과 수술실 CCTV를 분석하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CCTV 영상에는 집도의인 병원장이 수술을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자리를 떠난 후, 초보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봉합 및 지혈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의료진은 과다출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권 씨를 그대로 방치한 채 퇴근했다.
업무상 과실치사, 하지만 면허는 박탈되지 않았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의료진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법적 절차를 통해 병원장과 초보 의사는 각각 징역 3년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한 환자에게 전념하지 못하는 구조"와 "과다출혈에 대한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은 의사 면허가 박탈되지 않았다.
이는 현행 의료법의 특정 조항 때문이다.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단서는 의료행위 중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범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더라도 의사 면허를 취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의료행위가 본질적으로 위험을 수반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단순한 의료과실로 면허가 박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권대희 씨 사건과 같이 명백한 과실이 확인된 경우에도 면허가 유지되면서, 의료계의 자율성과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법의 취지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 개정으로 변화를 이끌어낸 유족의 투쟁
권대희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고 이후 7년간 의료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녀의 끈질긴 투쟁은 결국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을 이끌어냈다.
이 법은 전신마취 등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할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CCTV로 촬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법의 시행으로 의료 현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여전히 의료사고로 인한 의사 면허 박탈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는 숙제로 남아 있다.
권대희 씨의 희생이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는 중요한 발판이 되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리적 관점에서 본 의사 면허와 형사처벌의 관계
의료인의 면허 취소는 형사처벌과는 별개의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7두10051 판결)에 따르면,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면허 취소 처분이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는 형사처벌이 범죄에 대한 국가의 제재인 반면, 행정처분인 면허 취소는 의료인으로서의 자격과 공공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65조 제1항은 의사 면허 취소 사유를 명시하고 있으며, '의료법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포함한다.
그러나 본 사례의 의료진은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형만 선고받았고,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대한 징역형은 의료법상 면허 취소 사유에서 제외되었다.
결론적으로, 본 사건에서 의료진의 면허가 유지된 것은 현행 의료법의 특수한 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은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지만, 중대한 의료과실에 대한 제재로는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단순한 의료사고를 넘어, 의료인의 책임과 면허 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