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안 했는데 날아온 성희롱 채팅, ‘통매음’ 고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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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안 했는데 날아온 성희롱 채팅, ‘통매음’ 고소 가능할까?

2025. 12. 18 18:38 작성2026. 01. 06 15:48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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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온라인 게임 성희롱 ‘성적 욕망’ 목적 엄격 판단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저는 성희롱성 발언 전에 채팅을 한 번도 치지 않았어요.” 2025년 7월, 온라인 게임을 즐기던 A씨는 아무런 대화 없이 게임에 집중하던 중, 한 유저로부터 평생 잊지 못할 충격적인 메시지를 받았다. A씨가 조종하던 캐릭터를 향해 “보 지보소 맛있겠다”는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이 날아온 것이다. A씨는 이 한마디에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


사건은 2025년 7월 29일 밤 10시경 발생했다. A씨는 평소처럼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 있었다. 그날따라 A씨는 어떤 유저와도 채팅 한마디 나누지 않고 오직 게임 플레이에만 몰두했다.


바로 그때, 같은 게임에 있던 한 유저가 전체 채팅창에 A씨의 캐릭터 이름을 거론하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성적 발언을 내뱉었다. A씨는 자신의 닉네임이 여성임을 어느 정도 암시할 수 있었기에, 해당 발언이 자신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 느껴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다.


A씨는 “고소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게임을 종료했다. 이전까지 어떤 언쟁이나 다툼도 없었기에, 상대방의 행동은 순수한 ‘묻지마 성희롱’에 가까웠다.


‘성적 욕망’ 없으면 처벌 못 하나?

가장 먼저 쟁점이 되는 것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성폭력처벌법 제13조) 성립 여부다. 이 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을 상대에게 보냈을 때 적용된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이도연 변호사는 “언쟁 없이 일방적으로 성적 발언을 한 점, 닉네임을 통해 성별 유추가 가능했던 점을 고려하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즉,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며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것 역시 ‘성적 욕망’에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최근 법원의 판단은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대법원은 2024년, 게임 중 다툼이 격해져 나온 성적 비속어에 대해 “단순히 상대방에 대한 분노감의 표출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성적 욕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2023도7199 판결). A씨의 경우처럼 아무런 맥락 없는 일방적 공격은 ‘분노 표출’로 보기 어려워 유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가해자가 ‘화가 나서 그랬다’고 주장할 경우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캐릭터’를 욕했는데 ‘사람’을 처벌할 수 있나?

온라인 공간의 또 다른 난관은 ‘피해자 특정성’이다.


가해자가 “나는 캐릭터에게 말했을 뿐, 현실의 A씨를 욕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할 경우 어떻게 될까? 모욕죄(형법 제311조)가 성립하려면, 채팅을 본 제3자가 그 닉네임의 주인이 현실의 A씨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인터넷 아이디만 알 수 있을 뿐, 그 밖의 주위 사정을 종합해도 아이디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A씨의 닉네임, 게임 내에서의 평소 활동, 지인 관계 등 ‘사이버 공간의 나’와 ‘현실의 나’를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얼마나 명확한지가 관건이 된다. A씨가 자신의 신상 정보를 일부라도 공개했거나, 다른 유저들이 A씨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피해자 특정성을 인정받는 데 유리하다. 이 부분이 입증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고소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신속한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날짜, 시간, 상대방 닉네임, 문제의 발언이 모두 포함된 ‘게임 채팅 로그 캡처 화면’을 즉시 확보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전체 상황을 녹화한 영상이 있다면 더욱 좋다. 이후 게임사에 해당 유저를 신고해 계정 정지 등 자체 제재를 요청하는 한편, 경찰서에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및 모욕죄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할 수 있다.


다만 법적 판단이 복잡하고 최신 판례 동향이 계속 바뀌고 있으므로, 고소 전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법리적으로 분석하고, 승소 가능성과 실익을 따져본 후 신중하게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게임 속 가상공간의 언어폭력이 더 이상 ‘장난’으로 용납되지 않는 시대지만, 그 책임을 현실의 법정에 세우는 과정은 여전히 험난하고 정교한 입증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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