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함께 살았는데 한 푼도 못 받아"...황혼 사실혼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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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함께 살았는데 한 푼도 못 받아"...황혼 사실혼의 비극

2025. 05. 28 10:3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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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분할 소송 중 남편 급사

법적 배우자 아니라며 자녀들이 상속 독차지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든 참고 이미지

"우리가 법적 상속인이니, 당신은 우리 아버지 재산에 관여하지 마세요."


10년 가까이 사실상 아내로 살아온 60대 여성 A씨가 들은 청천벽력 같은 말이다. 함께 살던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남편의 자녀들이 장례식장에 나타나 이렇게 통보했다.


A씨는 사별한 남성과 재혼했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 조용히 가족끼리 식사만 하고 함께 살기 시작한 황혼의 동반자였다.


그러나 남편의 외도로 관계가 파탄 나 재산분할 소송을 진행하던 중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A씨는 법적으로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현실과 마주했다. 2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소개된 사연이다.


늘어나는 황혼재혼, 그러나 혼인신고는 꺼려

최근 황혼재혼이 늘고 있지만, 상당수가 혼인신고 없이 사실혼 관계로 지내고 있다. 자녀들의 반대, 재산 문제, 복잡한 가족관계 등이 주된 이유다.


방송에 출연한 조윤용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사실혼 부부의 경우 일방적인 통보만으로도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며 "하지만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의 사연이 대표적이다. 20살에 첫 결혼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오랫동안 혼자 살다가 50대에 만난 남성과 재혼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았고, 남편이 건물을 살 때는 자신이 모은 돈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이 다른 여성과 주말여행을 다녀온 것을 알게 되면서 관계는 끝났다. A씨는 재산분할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이혼은 해주겠지만 돈은 못 준다"고 맞섰다. 결국 A씨는 집을 나와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중 남편 급사..."당신은 상속인 아니야"

문제는 재판이 한창 진행되던 중 남편이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장례가 끝나기도 전에 남편의 자녀들이 찾아와 "법적 상속인은 우리"라며 A씨의 개입을 차단했다.


조윤용 변호사는 "사실혼 배우자는 민법상 법정상속인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오랜 기간 함께 살며 재산을 형성했더라도 사망한 배우자 명의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행법상 사실혼 배우자가 상속을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재산분할 소송은 계속 가능...하지만 한계 명확

다행히 A씨가 이미 제기한 재산분할 소송은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조 변호사는 "사실혼 해소를 원인으로 한 재산분할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면, 상대방이 사망해도 소송이 종결되지 않는다"며 "사망한 배우자의 상속인들이 소송을 이어받아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만약 법률혼 부부였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이혼소송 중 한쪽이 사망하면 이혼소송은 종료되고, 생존 배우자는 여전히 법적 배우자로서 상속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사실혼의 경우 이미 관계가 해소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재산분할 소송은 계속되지만,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


"건물 살 때 돈 보탰는데"...공유지분 주장은 가능

A씨처럼 배우자 명의 재산 취득에 자금을 보탠 경우라면 다른 방법이 있다. 조 변호사는 "재산 취득 시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했거나 금전적 대가를 부담했음이 입증된다면, 공유지분 이전등기청구소송 같은 민사소송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막연히 "내조의 공이 있었다"거나 "재산 형성에 협력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체적인 금전 투입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늘어나는 황혼 사실혼...제도적 보완 필요

조 변호사는 "배우자가 돌연사할 경우 남은 사실혼 배우자에게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입법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일정 기간 이상 동거한 사실혼 관계에도 제한적인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황혼 사실혼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처럼 오랜 세월 함께하고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황혼 사실혼 배우자들. 이들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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