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지우면 3억 줄게" 각서 쓰고 사라진 남자... 법원은 이 약속을 인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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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지우면 3억 줄게" 각서 쓰고 사라진 남자... 법원은 이 약속을 인정할까

2025. 12. 02 09:42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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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약혼 아니고, 강압도 아냐…다만 감액 가능성 높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스무 살 여름, A씨에게 찾아온 사랑은 비극으로 끝났다. 휴가지에서 만난 10살 연상의 남자 B씨와 짧은 만남 후 덜컥 임신을 하게 된 것. B씨는 "내 아이인지 모르겠다"며 중절 수술을 종용했고, 분노한 A씨의 아버지가 개입해 "3개월 내 결혼, 위반 시 위약금 3억 원"이라는 각서를 받아냈다.


하지만 수술 후 B씨는 돌변했다. "사실 다른 여자가 있다"며 각서가 강압에 의한 것이라 무효라고 주장한 것. 과연 이 각서는 휴지 조각에 불과할까. 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김미루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을 뜯어봤다.


쟁점 1. 이것은 법적 약혼인가?

결혼을 전제로 각서를 썼지만, 김미루 변호사는 "법률상 약혼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약혼은 장차 혼인을 체결하려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있어야 성립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만남 횟수가 적고 ▲상견례 등 구체적인 결혼 준비가 없었으며 ▲임신 후 아버지의 개입으로 급하게 각서가 작성됐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김 변호사는 "만약 쌍방에게 진정한 혼인 의사가 있었다면 굳이 임신중절 수술을 조건으로 걸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약혼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으므로, 약혼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쟁점 2. "협박 당해서 썼다"는 남자의 주장

B씨는 A씨 아버지의 강요로 각서를 썼으니 무효라고 주장한다. 민법상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각서의 효력은 유효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법적으로 강박이 인정되려면 폭행이나 감금 등 위법한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김 변호사는 "각서를 써주지 않으면 딸이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식의 압박은 법질서에 위배되는 해악의 고지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아버지가 B씨를 물리적으로 협박하지 않은 이상 각서는 유효하다는 것이다.


쟁점 3. 3억 다 받을 수 있을까?

가장 큰 관심사는 돈이다. 각서에 적힌 3억 원은 법적으로 어떤 성격을 가질까. 여기서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는 개념이 충돌한다.


  • 위약벌: 약속 위반에 대한 벌칙금. 감액이 어렵고 원칙적으로 전액 인정.
  • 손해배상액의 예정: 피해 액수를 미리 정해둔 것. 법관의 재량으로 감액 가능.


김 변호사는 이 각서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민법 제398조 4항은 위약금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3억 원은 남자 측의 잘못을 고려하더라도 과도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법원의 통상적인 불법행위 위자료가 3천만 원 이내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소송에서는 상당 부분 감액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쟁점 4. 형사 처벌(사기죄) 가능성은?

A씨는 B씨를 사기죄로 고소하고 싶어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재산상의 이익을 편취해야 하는데, 임신 중절 수술 자체는 재산적 처분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A씨가 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민사 소송을 통해 각서에 기한 약정금(위약금)을 청구하거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아버지가 불법적인 강박을 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의 주장은 인정되기 어렵다"며 "약정서에 따라 청구는 가능하지만, 금액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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