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맹수 번호 뭐야?" 피식대학 김민수 논란, 법원의 성희롱 판단 기준 대입해 보니
"아기맹수 번호 뭐야?" 피식대학 김민수 논란, 법원의 성희롱 판단 기준 대입해 보니
출연 안 한 셰프에 '기습 고백'
법원 "상대방 동의 없는 일방적 성적 언동은 인격권 침해"

김민수가 '흑백요리사2'에 '아기맹수'로 출연했던 김시현 셰프를 언급하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예능 프로그램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나온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김민수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은 '흑백요리사2'의 김시현(아기맹수) 셰프를 향해 영상 편지를 띄우며 호감을 표현했다.
그는 "아기맹수 안녕. 난 어른 맹수. 난 너 좋아하고, 언제 한 번 우리 같이 데이트하자. 그녀한테 데이트 신청하고 싶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게스트로 출연한 권성준 셰프가 상대방의 나이를 언급하며 자제시키려 했지만, 김민수는 "전화번호 모르냐", "뭐가 문제냐"며 상황극을 이어갔다. 웃음을 주려는 의도였겠지만,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실명과 함께 이어진 구애는 결국 논란으로 번졌고 제작진은 사과문 게재와 함께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대중은 묻는다. "예능에서 웃자고 한 농담인데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 혹은 "당사자 허락도 없이 공개적으로 저러는 건 폭력이다". 과연 법의 눈으로 본 이 불편한 농담의 정체는 무엇일까.
"농담인데요?"… 법원은 상대방 기분이 먼저다
성희롱이라고 하면 흔히 직장 내 권력 관계나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떠올린다. 하지만 법적 정의는 훨씬 포괄적이다.
우리 법원은 성희롱을 "상대방이 원하지 않거나 참을 수 없는 정도의 성적 접근이나 언어, 행위"로 규정한다. 핵심은 가해자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의 감정이다. "웃자고 한 말"이라도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이 성립할 수 있다.
특히 서울중앙지법은 "사회 통념상 일상적으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이나 호의적인 언동의 수준을 넘는 것"인지를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다(2011가단67239 판결).
김민수의 발언을 이 기준에 대입해보자. ▲상대방은 방송 출연조차 하지 않았고 ▲사전 동의나 친분 관계도 없었으며 ▲공개적인 방송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데이트와 연락처를 요구했다. 이는 단순한 농담의 영역을 넘어선, 일방적이고 무례한 성적 접근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범죄는 아니지만 불법의 경계
김민수의 발언은 형사 처벌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민사상 불법행위가 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인격권을 침해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10조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며, 여기에는 원하지 않는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권리, 즉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
김민수는 방송이라는 공개된 매체를 통해 김시현 셰프를 언급했다. 의도와 달리 당사자의 동의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특정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가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줄 경우, 인격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방송의 재미를 위해 선을 넘나드는 것은 예능의 숙명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선이 타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경계선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