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아기 살릴 기회 3번 놓친 경찰⋯'부실 수사'로 책임 물어 처벌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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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아기 살릴 기회 3번 놓친 경찰⋯'부실 수사'로 책임 물어 처벌할 수 없을까

2020. 11. 11 18:55 작성2020. 11. 11 19: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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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jung@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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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의심신고 세 차례 있었지만⋯아이 결국 사망

제대로 조사 안 한 경찰에 책임 물을 수 있을지 검토해봤다

생후 16개월 영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엄마가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달 13일. 한 병원에 늘어진 아이가 실려 들어왔다. 온몸은 멍투성이었고 머리와 배에는 큰 상처가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이는 끝내 8시간 뒤 사망판정을 받았다.


태어난지 불과 16개월. 아이의 부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갈비뼈는 여러 차례 부러진 흔적들이 있었고, 쇄골, 다리뼈, 머리뼈도 성치 않았다. 결정적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은 엄마 B씨가 발이나 무거운 물건 등으로 A양의 등을 내려찍어 장파열로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동학대로 세 차례 신고했지만⋯아이는 결국 엄마에 의해 세상을 떠났다

엄마 B씨에 대한 끔찍한 아동학대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경찰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A양이 숨지기 5개월 전부터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이미 세 차례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아이를 살릴 3번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A양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경찰은 해당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달 병원 의사가 "영양상태가 좋지 않다"는 세번째 신고가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잘 먹지 못했다"는 부모의 말만 듣고 사건을 종결했다.


주변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A양을 번번히 부모의 곁으로 돌려보낸 경찰. 뒤늦게 B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이미 A양의 죽음을 돌이킬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장하연 서울경찰청장도 당시 수사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했다. 아동학대 신고를 묵인하고 무혐의 처리한 일선 경찰서에 대해서도 감찰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세 차례의 기회를 모두 놓친 해당 경찰에 대해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혹시, 경찰의 '직무유기'로 볼 수 는 없을까. 변호사와 알아봤다.


'제대로 조사 안 한 것 정도'는 직무유기로 처벌하기 어려워

변호사들은 우선 해당 경찰에 대해 직무유기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우리 형법(제122조)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할 때에 처벌한다. 그러나 위 사건은 직무유기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고 봤다. 수사를 부실하게 했더라도, 그 '과실' 만으로는 죄를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신고를 받고도) 수사를 고의적으로 하지 않은 정도의 수준에 이르러야 비로소 직무유기가 성립할 것 같다"고 했다. 수사를 했지만 학대 정황을 발견을 못한 것 만으로는 직무유기죄의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도 직무유기에 대한 기준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대법원은 "직무유기란 의무를 태만한 경우를 말하는 게 아니라, 직장의 무단 이탈이나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단순히 직무를 게을리하는 정도가 아닌, 고의적으로 국민의 피해를 야기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공무원에게 직무유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내부징계는 받을 수 있지만⋯그래봤자 가장 약한 중징계 정도

그렇다면, 수사에 실패한 경찰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되는 걸까. 아니다. '직무태만'에 대해 경찰 내부의 징계를 받을 여지는 있다.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자체적으로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할 수 있다.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시행규칙'에는 경찰공무원의 직무유기뿐 아니라 '직무태만'에 대해서도 징계하고 있었다.


이때, 직무태만은 '확인 소홀' 행위도 포함한다. 징계의 경중은 정도에 따라 심하면 파면까지, 경미할 경우 감봉 혹은 견책으로 결정된다.


지난 2017년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여중생 살해 사건 당시, 초동대응을 부실하게 한 담당 경찰관에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피해 여중생의 어머니의 실종신고 후 출동 지령이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근무 중이었던 경찰은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이후 수색상황을 묻는 전화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그 사이 여중생은 무참히 살해됐다.


이 같은 사건에서도 담당 경찰은 직무유기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 아니라, 내부 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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