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땐 무혐의였는데... 키움 박준현 덮친 '학폭 번복', KBO 징계 피할 수 있나
드래프트 땐 무혐의였는데... 키움 박준현 덮친 '학폭 번복', KBO 징계 피할 수 있나
교육청은 '무혐의', 행정심판은 '학폭 인정'

지난 9월 17일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천안북일고 오른손 투수 박준현이 유니폼을 입는 모습. /연합뉴스
"저는 떳떳합니다." 지난 9월,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의 영예를 안은 키움 히어로즈의 투수 박준현은 자신을 둘러싼 학교폭력(학폭) 의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그에게는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조치 없음' 결정문이라는 든든한 방패가 있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뒤, 이 방패는 깨졌다. 상급 기관인 행정심판위원회가 욕설 등 일부 행위를 학폭으로 인정하며 '1호 서면 사과'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29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학폭 처분 시스템의 허점과, 학폭 기록과 소년범죄 기록 사이의 미묘한 대입 형평성 문제를 심층 해부했다.
무혐의 믿고 계약했는데... 뒤늦은 '유죄' 성적표
사건의 발단은 올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고교 야구부 내에서 욕설과 따돌림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유력한 지명 후보였던 박준현 선수가 가해자로 지목됐다. 7월 열린 교육지원청 학폭위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학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 선수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구단과 계약했고, 학폭 사실이 없다는 서약서도 제출했다. 그러나 피해 측의 불복으로 이어진 행정심판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김보경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행정심판위원회가 일부 욕설 행위를 학폭으로 인정해 처분을 번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차다. 김 변호사는 "드래프트 당시에는 '학폭 아님' 결정 상태였기에 박 선수나 구단 모두 절차상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학폭 사실이 인정된 상태가 유지된다면, 내년 1월 선수 등록 후 KBO 규약상 '품위 손상 행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뜨거운 돌 위에 앉히고 생중계... 경찰은 기소하는데 학교는 '학폭 아님'
이날 방송에서는 판단 기관에 따라 결과가 180도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청주에서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가해 학생들은 동급생을 뜨거운 돌 위에 앉히거나, 강제로 싸움을 시키고 이를 SNS에 생중계하는 등 잔혹한 행위를 저질렀다. 하지만 교육청 학폭위는 가해자 3명 중 2명에게 '학폭 아님' 처분을 내렸다. 반면 경찰은 가해자 4명 전원의 혐의를 인정해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은 형사 처벌을 목표로 수사하지만, 교육청은 선도와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같은 사안을 두고 교육 당국과 수사 기관의 판단이 극명하게 갈리는 현실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학폭은 대입 감점, 소년범은 기록 삭제?
대입 반영 형평성 논란도 다뤄졌다. 현재 학폭 조치 사항은 대입에 의무적으로 반영된다. 고등학생의 경우 9호(퇴학) 처분은 영구히 남고, 경미한 처분도 졸업 후 일정 기간 기록이 보존돼 입시에 치명타가 된다.
반면,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아무리 중한 처분을 받아도 대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김 변호사는 "소년법에는 '소년의 보호처분은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있어 생활기록부에 남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원화 변호사는 이에 대해 "학폭 기록은 대입에 영향을 미치는데 왜 소년범 기록은 아니냐는 형평성 질문이 뜨겁다"고 꼬집었다. 학교 담장 안에서 벌어진 폭력은 입시의 걸림돌이 되지만, 담장 밖에서 저지른 더 큰 범죄는 소년의 건전한 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기록조차 남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시간 지나도 배상 가능... 포기 말라"
그렇다면 뒤늦게 학폭 피해를 자각한 피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변호사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가해자 및 가해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 가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이내라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며 "특히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가 성인이 된 때부터 시효가 시작된다"고 조언했다.
학폭위 회의록이나 정신과 진료 기록은 핵심 증거가 된다. 김 변호사는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도 감독 의무 위반으로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