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 성폭력 피해자 구제 공백 우려 커져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 성폭력 피해자 구제 공백 우려 커져
경찰 불송치 견제 수단 사라지나
성폭력상담소협 "피해자 이의신청권 형해화 우려"

서초동 대검찰청 타임캡슐 /연합뉴스
정부가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법적 논쟁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이번 개편이 성폭력 피해자들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정면으로 지적했다.
경찰의 무혐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검사의 실질적인 통제 수단이 사라질 경우, 범죄 피해자가 정당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법적 우려가 제기된다.
보완수사권 폐지 공식화와 권리 공백의 시작
갈등의 발단은 정부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7조의2 제1항에 따르면 검사는 송치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결정이나 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할 때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이는 과거 수직적 지휘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전환되면서 경찰 수사의 적정성을 담보하고 부당한 불송치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도입한 검사의 핵심적 감독 수단이다.
그러나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면 사법 통제 체계에 심각한 구조적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성폭력 사건은 조사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수성이 있어 수사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되거나 불송치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이 검사에게 송치되고, 검사는 보완수사요구를 통해 수사의 미비점을 보완해 왔다.
만약 이 권한이 사라지면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검사가 경찰에 추가 수사를 강제하거나 요구할 방법이 없어진다.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이의신청권 자체가 실질적으로 무력화되는 셈이다. 또한 수사와 공소제기가 완전히 분리되면서 공판 과정에 필요한 증거 보강 수사나 여죄 및 추가 범행 인지도 가로막힐 위험이 크다.
대법원 판례로 본 법리적 쟁점과 보호 범위의 축소
법리적으로도 보완수사권 폐지는 단순한 기관 간 권한 조정을 넘어, 기존 피해자 보호 조항들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사법부 역시 수사권 제한과 피해자 구제 사이의 균형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과 관련해 대법원은 검사의 수사권 범위 제한이 단순한 훈시규정이 아니라 공소제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강행규정임을 명확히 한 바 있다.
관련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 재판부는 검찰청법을 위반하여 개시된 수사절차에 이어진 공소제기는 공소기각 판결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의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특정 혐의 수사 과정에서 연관성 있는 다른 범죄가 발견되는 경우 신속한 수사로 피해자를 구제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필요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성폭력처벌법상 피해자 신원 보호 조항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보호 대상을 '수사 또는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되었던 피해자'로 엄격하게 한정하고 있다. 명문 규정을 넘어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이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해 수사 절차가 아예 개시되지 못하거나 조기에 종결될 경우 피해자가 법적으로 신원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구조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
결국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하는 전담조사제나 피해자 변호사 제도 등은 수사 단계에서의 보완수사권 공백을 직접 대체하기 어렵다.
사법 정의의 평등한 실현과 범죄 피해자의 실질적 권리 구제를 위해서는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에 앞서 이를 보완할 강력한 대체 구제 수단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