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안에 인수' 계약했는데 8년 지나서 "가져가라"⋯상대방은 문제없는 계약이행 중
'10년 안에 인수' 계약했는데 8년 지나서 "가져가라"⋯상대방은 문제없는 계약이행 중
'10년 안에'라는 조건을 달아 계약했는데⋯8년째에 계약 이행 의사 표시
'조건'이나 '기한'이 붙은 계약,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

"10년 안에 인수하겠다" 기한을 달아 계약을 했는데, 8년째에 인수해가라고 한다면? 계약상 아무 문제 없는 걸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체육관 이제 인수해 가세요."
"네? 벌써요?"
A씨는 B씨의 체육관을 인수해 가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아직 2년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 당시 A씨는 "2000만원을 주면 10년 안에 체육관을 넘기겠다"는 B씨의 제안을 받고, 수락했다. 서로 계약서도 주고받았다.
그 후 A씨는 당연히 2022년쯤 체육관을 인수 받겠거니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보다 2년 앞선 지금 당장 "인수해 가라"고 하니 황당하다.
하지만 B씨 입장은 다르다. 계약할 때 "'10년 안에'라고 했으니 지금도 상관없는 거 아니냐"고 주장한다.
A씨는 당장 인수를 받아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체육관을 이용하는 사람도 적다. 그래서 변호사들에게 "체육관을 꼭 지금 받아야 하는지" 자문을 구했다. 무엇보다 '10년 안에'라고 했으니 2020년이든, 2022년이든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B씨의 주장이 맞는 건지 알고 싶다.
변호사들은 A씨 바람과 달리, "A씨가 (체육관 인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저스트의 신민호 변호사는 "B씨는 계약에 따라 채무이행을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도 "10년 안에 체육관을 주려고 하는 B씨는 계약을 아주 잘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계약서에 '10년 안에'라는 문구를 넣어 B씨 채무(체육관)에 일정한 유예를 줬다. 문구 그대로 10년까지는 B씨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 문구는 B씨에게 유리한 조항이다.
민법은 이런 경우 당사자가 정한 '기한'은 채무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추정하고, 채무자는 이를 포기할 수 있다(153조)고 규정한다. 다만 단서에서 상대방의 이익을 해할 수 없다고 할 뿐이다.
즉, B씨는 B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10년까지 채무 이행을 미룰 수 있다)을 언제든 포기할 수 있다. 'A씨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럼 A씨는 B씨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는 없을까. 신민호 변호사는 "B씨의 이행을 거절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법원도 이행 시점 전이라도 채무자의 이행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다.
대법원은 2006년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이 지급기일 전에 중도금을 보낸 사안(2004다11599)에서 "이행기 전에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이라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계약상 '10년 이내'라는 문구를 기재했기 때문에 A씨는 체육관을 인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씨와 B씨의 계약은 '부관'(附款)이 붙은 계약이다. 부관이란,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붙인 효력 발생 요건이다. 일종의 꼬리표다.
부관에는 미래 확실한 시점을 요건으로 하는 기한(期限), 불확실한 사실을 요건으로 하는 조건(條件) 두 가지가 있다. 계약에 이런 기한이나 조건이 붙은 경우 생각지도 못한 복잡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특히 기한⋅조건을 한쪽이 일방적으로 포기할 수 있다는 상황을 염두에 두지 못했을 때, 이런 일이 발생한다.
호문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이에 관해 아래와 같이 조언했다.
"법률행위에 조건이나 기한이 붙으면 법률관계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 그 의미를 분명히 알고 해야 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빠지지 않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