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죽기 싫어요" 아이가 쓴 수첩, "아이 거짓말" 부모 주장 깰 증거
"얼어 죽기 싫어요" 아이가 쓴 수첩, "아이 거짓말" 부모 주장 깰 증거
"살려달라" 초등학생 아이가 스스로 경찰에 부모의 학대 신고
보일러도 틀지 않은 원룸에서 혼자 지내⋯양부모는 "아이가 거짓말" 주장
아이가 썼다는 수첩 글, 재판에서 어떤 영향 미칠까

한 아이가 스스로 경찰서 문을 두드렸다. "살고싶다"며 자신을 학대한 양부모를 직접 신고하기 위해서였다. /JTBC 캡처
"얼어 죽기 싫어요. 따뜻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한 아이가 스스로 경찰서 문을 두드렸다. 살기 위해, 자신을 학대한 양부모를 직접 신고하기 위해서였다. 아이가 털어놓은 양부모의 학대 내용을 보면, 아이는 보일러도 틀지 않은 추운 원룸에서 혼자 지내야 했고다. 영하 날씨에도 찬물로 씻어야 했고, 반찬도 없이 매일 오리 볶음밥만 먹는 게 일상이었다. 양모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는 것 역시 일상이었다.
현재 양부모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죽으라"고 폭언을 했던 건 아이가 잘되라고 했던 말이었고, 학대에 대해선 "아이가 거짓말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양부모의 학대 혐의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아이가 직접 부모의 학대 내용에 대해 쓴 '수첩'이었다.
이는 아이가 "경찰서 가서 우물쭈물하고 말 못 하면 다시 부모에게 보내질까 봐 (수첩에) 적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에서 이 수첩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A군의 수첩은 법적으로 '피해자(참고인⋅피해 아동)의 자필 진술서'로 분류된다. 단, 피해 진술 등과 함께 봤을 때 그 내용에 일관성 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신빙성(믿어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 등을 인정받아 양부모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이에 대해 A군의 상담 치료를 맡은 사회복지상담과 교수는 JTBC에 '수첩에 일관성 있는 말이 적혀있었다'는 취지로 인터뷰했다. 하지만 양부모는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양부모가 재판에서 아이의 어린 나이나 지적 능력 등을 문제 삼으며 수첩이 증거로 쓰이는 것에 반대한다면 어떻게 될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역시 증거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더라도, 진술 당시 평균 수준의 지능⋅어휘력 및 지각 능력⋅자신의 경험에 대해 적절히 보고하는 능력이 있다면 우리 법원도 이를 증거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04년, 대법원은 만 4년 6개월, 만 3년 7개월 남짓이었던 유아의 증언 능력과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그 결과 유치원 원장의 성폭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증언 능력은 증인이 과거에 경험한 사실을 그 기억에 따라 공술(供述·진술)할 수 있는 정신적인 능력"이라면서 "유아라고 하더라도, 증언 능력을 인정할지 여부에 대해선 단순히 연령으로만 판단할 게 아니라 지적 수준에 따라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지난 2020년, 의붓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맨발로 지붕을 건너 집을 탈출한 '창녕 아동 학대 사건'에도 마찬가지였다. 피해 아동의 의붓아버지 등은 딸의 몸을 쇠사슬로 묶고,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아이의 손을 지지는 등의 학대를 했다. 하지만 집안에서 일어난 일이라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아이의 계부와 친모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4년을 확정했다. 이 사건 피해 아동이 자신의 일기에 계부의 학대 사실 등을 적었는데, 법원은 이를 증거로 인정했다.
A군은 신고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그 이전부터 학대 내용 등을 글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A군의 주장이 사실이고, 이를 바탕으로 수첩을 썼다면 증거능력이 인정될 확률이 높다.
양부모가 "아이의 거짓말"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란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