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5초의 클릭, '아청물 시청' 유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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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5초의 클릭, '아청물 시청' 유죄 될까

2025. 10. 02 12:3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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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미필적 고의' 폭넓게 인정

'의심되면 즉시 중단'이 유일한 방어책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단 15초. 인터넷을 떠돌던 영상 하나가 한 남성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영상 속 인물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꺼림칙한 마음에 황급히 창을 닫았다.


하지만 뇌리를 스치는 섬광 같은 의문. '혹시 영상 구석에 교복이라도 있었던가?' 이 질문 하나가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시청'이라는 주홍글씨의 공포를 현실로 소환했다.


'n번방' 이후 서슬 퍼렇게 벼려진 법의 칼날이 자신을 겨눌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교복만 보여도 '아동 성착취물' 되나?

법률 전문가들은 영상에 교복이 등장했다면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2020년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아청법(아동·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소지'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구입'하거나 '시청'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도록 했다.


법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시청한 경우(제11조 제5항)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다.


관건은 영상 속 인물이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지다.


대법원은 '누가 봐도 명백한' 경우에만 아청물로 판단한다(2013도4503 판결). 단순히 어려 보인다는 느낌만으론 부족하다.


대신 재판부는 퍼즐 조각을 맞추듯 여러 단서를 종합한다.


▲앳된 얼굴이나 체형, ▲영상 속 배경이 학교 교실이나 학원인지, ▲제목에 '중딩', '고딩' 같은 단어가 포함됐는지, ▲영상이 불법 공유 사이트에서 나왔는지 등을 모두 따져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아동·청소년임이 명백할 때 비로소 유죄의 증거가 된다.


하지만 교복은 이 모든 퍼즐을 한 번에 맞추는 '결정적 조각'이 될 수 있다. 박교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신임)는 "교복 등 미성년자임을 나타내는 요소가 포함된 음란물이라면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1초라도 더 봤다면 유죄?" 법정은 당신의 '망설임'을 본다

결국 운명을 가르는 것은 '고의성' 입증 여부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자신이 보는 영상이 아청물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법원은 '미필적 고의'라는 개념을 폭넓게 적용한다. '아청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어쩔 수 없지'라며 시청을 강행했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15초'라는 짧은 시간은 방패막이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시간 동안 무엇을 봤고, 어떤 망설임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영상 시작과 함께 교복을 인지하고도 즉시 끄지 않았다면, 법원은 그 찰나의 망설임에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실제 한 항소심 재판부는 "성착취물 파일을 실행해 시청한 이후에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임을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서울고법 2022노640 판결)고 판시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해당 영상물을 찾아 들어간 경위, 게시글 제목 등을 종합해 아청물임을 인식했는지 판단할 것"이라며 "화면에 미성년자임을 나타내는 표지가 있었더라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면 고의성이 부정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단호하고 명확하다.

첫째, 제목이나 썸네일에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든다면 절대 클릭하지 말 것.


둘째, 실수로 재생했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창을 닫고 인터넷 접속 기록과 쿠키까지 삭제할 것. '혹시나' 하는 호기심, '잠깐인데 뭐'라는 안일함이 당신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내모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당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즉각적인 외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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