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며 챙긴 워터파크 이용권 605장…중고로 싹 다 팔았는데 집행유예?
퇴사하며 챙긴 워터파크 이용권 605장…중고로 싹 다 팔았는데 집행유예?
법원, 1500만원 변제 참작해 집행유예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워터파크 판촉팀장으로 일했던 A씨. 그는 회사를 그만두면서 판촉용으로 보관하던 이용권 605장을 반납하지 않고 그대로 들고 나왔다.
2년 뒤, 유효기간이 지나자 문구점에서 산 도장으로 새 유효기간을 찍어 인터넷 중고 장터에 팔아넘기기 시작했다.
업무상횡령, 유가증권변조, 변조유가증권행사, 업무방해 등 4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법원은 그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어떤 사정이 있었던 걸까?
퇴사하며 슬쩍한 이용권 605장
사건의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남 예산군의 한 워터파크에서 판촉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이용권 판매 및 관리 업무를 총괄했다.
A씨는 같은 해 회사를 그만두면서 업무상 보관하고 있던 판촉용 워터파크 이용권을 반납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갔다.
그가 이렇게 빼돌린 이용권은 총 605장으로, 시가 2904만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법원은 A씨가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회사 소유의 재물을 가져갔다고 보고 업무상 횡령죄를 인정했다.
유효기간 지나자 '셀프 연장'…1년간 중고 장터서 판매
A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횡령한 지 2년이 지난 2018년 경, 그는 유효기간이 지난 이용권을 판매하기 위해 범죄를 계획했다.
A씨는 자신의 집에서 문구점에서 구입한 날짜 도장을 이용해 605장의 이용권 유효기간 란에 '2018. 08. 31.'과 같은 새로운 날짜를 찍었다. 유효기간이 남은 정상적인 이용권처럼 보이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이후 그는 인터넷 중고 거래 게시판에 '워터파크 이용권을 2만원에 판다'는 글을 올리고 구매 희망자들에게 접근했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1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변조한 이용권 605장을 모두 판매했다.
재판부는 이를 각각 유가증권변조와 변조유가증권행사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변조 티켓에 속은 회사…결국 업무방해까지
A씨의 범행은 회사에 직접적인 피해를 줬다. A씨에게서 이용권을 산 구매자들은 변조 사실을 모른 채 워터파크를 방문해 시설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회사 직원들은 위조된 이용권을 정상적인 표로 오인하고 이들의 입장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회사는 정상적인 영업 업무에 큰 혼란을 겪었다.
재판부는 A씨가 구매자들을 통해 위조된 이용권을 사용하게 하는 속임수로 회사의 워터파크 영업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도 유죄로 인정했다.
실제로 피해 회사는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컴플레인 처리 과정에서 직원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회생절차 중이던 회사는 매출 감소로 큰 피해를 입었다"며 A씨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기도 했다.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법원이 실형 면해준 이유
여러 범죄가 인정됐지만, A씨는 실형을 면했다.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홍성욱 판사는 양형 이유를 통해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과 불리한 사정을 모두 짚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이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며, 이종 범행으로 2회 벌금형을 받은 외에는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해자에게 1500만원을 변제함으로써 피해를 일부 회복시킨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반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피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않은 점, 피해 회사가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한 점" 등은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범행 기간, 횟수, 죄질, 피고인이 얻은 이익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