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에서 법카로 1억 쪼개기 결제한 연구원… 법인카드 일탈의 끝은
유흥업소에서 법카로 1억 쪼개기 결제한 연구원… 법인카드 일탈의 끝은
변호사 "다 토해내도 배임죄 처벌 못 피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회의할 때 마시는 커피, 거래처와의 식사, 사무용품 구매. 분명 업무를 위해 지급된 법인카드지만 내 지갑에 들어온 순간 '어디까지 써도 될까' 하는 달콤한 유혹이 시작된다.
밥 한 끼, 커피 한 잔으로 시작된 사소한 일탈이 수억 원의 생활비 탕진과 유흥업소 출입으로 이어진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적발되고 있다.
'클린카드' 무력화시킨 꼼수…141회 걸쳐 1억 탕진
최근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연구원 A씨가 연구비·법인 카드로 무려 1억을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결제 횟수만 대략 141회에 달한다.
유흥주점 등에서는 결제가 원천 차단되는 '클린카드' 제도가 도입되어 있었지만, A씨의 치밀함을 막지 못했다. 결제대행업체(PG사) 단말기를 이용하면 다른 업소명이 표시된다는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로엘 법무법인의 이성호 변호사는 11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해 "A씨는 단일 유흥업소에서 하루 만에 300만 원이 넘는 돈을 썼고, 이 액수를 같은 날 70여만 원씩 나눠 결제하는 꼼수를 썼다"고 설명했다.
A씨는 통신사 소액 결제로 상품권을 사고 현금화하는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유흥업소에 송금하거나 개인 빚을 갚는 데 쓰기도 했다.
토해내도 범죄 성립은 그대로…최대 징역 2년 6개월 예상
화학연은 A씨에 대해 해임 처분을 내리고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사용한 돈을 전부 토해내면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이성호 변호사는 "업무상 배임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라서 변제하더라도 양형 사유로만 참작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처벌 수위 역시 가볍지 않을 전망이다. 이 변호사는 "A씨의 경우 유흥업소 결제를 분할해서 하는 등 지능적인 행태를 보여 범행 수법이 매우 안 좋다"며 "최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꽤 있다"고 분석했다.
자녀 밥값부터 2억 생활비까지…사적 사용의 대가
법인카드 일탈은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시 출자 재단법인 소속 직원은 유럽 출장 중 업무 관계자와의 식사 자리에 자녀들을 동석시키고, 자녀들의 밥값까지 법인카드로 결제해 배임죄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됐다.
더 대담한 사례도 있다. 한 회사원은 2022년 1월부터 약 2년간 638회에 걸쳐 2억 3000만 원 상당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 직원은 사적으로 카드를 긁고도 업무 관련 지출인 것처럼 서류를 꾸몄고, 결국 회사에서 해고된 뒤 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야근 식대·커피값은 안전할까? 3가지 요건 기억해야
그렇다면 평범한 직장인들이 회식비나 야근 식대, 친한 동료와의 식사 등에서 법인카드를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성호 변호사는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기 위한 3가지 필수 요건을 제시했다. 첫째는 목적과 상대방, 시간, 장소가 업무에 부합해야 하고, 둘째는 객관적 증빙이 있어야 하며, 셋째는 내부 규정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친목 모임에서 사업 얘기가 오갔더라도 모임 성격상 업무 관련으로 보기 어렵거나, 주말·공휴일 심야 시간대 사용은 사적 사용으로 간주될 여지가 크다"며 "보안이 유지되지 않는 고깃집이나 분식집 등도 회의 장소로 부적절하다면 업무 관련성이 부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갑 속 법인카드는 마법의 카드가 아니다. 카드의 주인이 회사임을 망각하는 순간, 달콤했던 결제 알림음은 쇠고랑 차는 소리로 되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