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머리채 붙잡고 침 뱉었다" 수년간 음악학원 집단 폭행 주장…법원 "못 믿겠다"
[단독] "머리채 붙잡고 침 뱉었다" 수년간 음악학원 집단 폭행 주장…법원 "못 믿겠다"
법원 7천만원 청구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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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학원 집단 폭행을 주장한 원고가 피고 3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 /셔터스톡
"정신교육을 시켜야겠다"는 명목으로 기절할 때까지 머리와 복부를 때리고, 우정 반지를 강제로 빼앗은 뒤 "머리채를 붙잡아 복도 끝에서 끝까지 잡아끌도록" 지시했다. 피해 학생이 저항하자 무릎을 꿇게 하고, 머리에 침까지 뱉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한 음악학원 연습실에서 벌어졌다고 주장된 끔찍한 폭행 내용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약 4년간 음악학원에서 집단 폭행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원고 A씨. A씨는 자신보다 4~5살 많았던 피고 3명을 상대로 7천만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
"옥상에서 뛰어내려 봐"...끔찍했던 4년 '주장'
원고 A씨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는 A씨가 겪었다고 주장하는 피해 사실이 날짜별로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피고들의 폭력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11년부터 시작되었다.
A씨는 피고들이 자신의 싸이월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강제로 알아내, A씨인 척 친구들에게 악플을 다는 것처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먹다 남은 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하고, 거부하자 머리채를 잡고 담배 연기를 뿜었으며, 발로 정강이를 10회 이상 걷어차 멍들게 했다고도 했다.
폭행은 달력, 연필깎이, 심지어 바이올린 활과 뾰족한 연필을 던지는 방식으로도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생일 선물을 챙겨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옥상으로 끌려가 발로 마구 차였고, "죽고 싶다"는 A씨에게 피고들은 "그럼 옥상에서 뛰어내려 봐"라고 조롱하며 피우던 담배를 팔뚝에 집어던졌다고 주장했다. 놀이터로 불러내 손가락을 꺾고, 배를 발로 걷어차 토하게 만든 뒤 "더럽게 왜 토하냐"며 더 심하게 폭행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이 트라우마로 인해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건강이 악화되어 여러 차례 자살 시도까지 했다고 호소했다. A씨와 부모는 피고들이 공동하여 A씨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5100여만 원, 부모에게 각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법원의 반전 "가장 중요한 얘기가 바이올린 파손?"
하지만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정희영 판사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씨의 친구가 "피고들로부터 폭행당하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피고 중 1명인 B씨가 2021년경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사과한 사실도 인정되었다.
문제는 사과 내용과 주장의 일관성이었다. 법원이 주목한 것은 2021년 6월, A씨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피고 B씨에게 수년 만에 연락해 항의하던 당시의 카카오톡 대화였다.
당시 A씨는 피고 B씨에게 과거 피해 사실을 쏟아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주로 "욕설, 인격 모독, 심부름, 담배 맡김" 등 폭언과 괴롭힘에 맞춰져 있었다.
심지어 A씨는 대화 도중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얘기를 안 했는데"라며, 1200만 원짜리 자신의 첫 바이올린을 피고 B씨가 술에 취해 실수로 넘어뜨려 두 동강 냈던 사건을 언급했다.
법원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재판부는 A씨가 소송에서 주장한 기절할 정도의 집단 폭력, 머리채를 잡혀 복도를 끌려다닌 일, 옥상에서 담뱃불로 지져진 일 등의 끔찍한 폭력 행위들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2021년 항의 당시 A씨가 그것들을 언급하지 않은 채, 바이올린 파손을 "가장 중요한 피해"로 꼽은 사정은 "쉽사리 납득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증거불충분"...형사 고소도, 민사 소송도 기각
피고 B씨가 사과한 내용도 "심부름 시키고 욕도 하고 슬리퍼로 머리도 톡톡 쳤었고", "내 실수로 넘어져서... 악기가 두동강 나게" 했다는 수준이었다. 이는 A씨가 소송에서 제기한 심각한 폭력 행위와는 그 수위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또한 A씨가 이 사건과 동일한 내용으로 피고들을 형사 고소했지만, 경찰의 불송치결정에 이어 검찰 역시 2024년 7월 '증거불충분'으로 최종 불기소 처분한 사실도 확인되었다.
법원은 원고의 지인들이 제출한 사실확인서 역시 신빙성을 의심했다. 그중 한 명은 법원에 사실확인서가 제출된 이후 피고 B씨와의 대화에서 "나는 주민등록증만 빌려줬을 뿐, 해당 확인서 내용을 작성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정황도 드러났다.
결국 재판부는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는 법리를 인용하며,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주장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참고]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1가단79152 판결문 (2025. 9. 4.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