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형량 줄여주는 피해자 '처벌불원'…친고죄 폐지 10년, 왜 그대로일까
성범죄자 형량 줄여주는 피해자 '처벌불원'…친고죄 폐지 10년, 왜 그대로일까
여전히 공탁·처벌불원이 감경 요소로 작용

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나 공탁이 여전히 감경 요소로 고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셔터스톡
불법촬영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했는데도 가해자가 공탁을 하거나 개인 사정이 참작돼 형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여전히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감경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무슨 일이 있었나
경찰대 한민경 교수는 27일 성평등가족부가 주최한 '젠더폭력 양형기준 포럼'에서 불법촬영을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판결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2013년 형법 개정으로 성범죄 친고죄 규정이 삭제됐지만, 법원이 선고 단계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감경 요소로 반영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이 경제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인정한 판결도 사례로 제시됐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제시하거나 기습 공탁을 통해 형량을 낮추고, 하급심 실형이 상급심에서 집행유예로 바뀐 사례도 있었다고 한 교수는 지적했다.
법적으로 왜 문제가 되나
불법촬영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서 규정한다.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경우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에는 가중 처벌된다.
문제는 이 범죄에 대해 법원이 형량을 정할 때 어떤 요소를 고려하느냐다.
친고죄는 폐지됐기 때문에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검사가 기소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양형 단계에서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여전히 감경 요소로 반영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공탁은 가해자가 법원에 일정 금액을 공탁하는 방식으로, 피해자가 직접 합의를 거부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참작할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 지적된 것처럼,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이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않았다는 점, 피고인이 입대 예정이거나 충동적 범행이었다는 개인 사정이 실제 판결에서 감경 사유로 거론된 사례들이 확인됐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합의를 거부해도 가해자 측의 공탁만으로 형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처벌 수위는 어떻게 정해지나
불법촬영죄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원 이하. 주요 변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촬영물 유포 여부다. 유포가 없는 경우 법원이 추가 피해가 없다고 보아 형을 낮게 잡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에서 지적됐다.
둘째,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 또는 공탁 여부다. 친고죄가 폐지됐어도 양형 단계에서 이것이 감경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해도 가해자 측이 공탁을 하면 법원이 이를 참작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피해 범위와 피해자 수다. 피해자가 많거나 반복적으로 촬영한 경우 형이 높아질 수 있다.
넷째, 초범 여부 및 반성 태도다. 동종 전과가 없는 경우 집행유예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
다섯째, 피해자와의 관계다. 이번 연구에서는 여자친구를 대상으로 한 범행에서 인적 신뢰관계가 불리한 사정이 아니라 오히려 유리한 사정으로 판단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