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 나중에 준다며 "처벌불원서 먼저"…절대 주면 안 되는 이유
합의금 나중에 준다며 "처벌불원서 먼저"…절대 주면 안 되는 이유
가해자는 "공증 쓰면 그날 합의서 달라" 압박
변호사들 "전액 변제 전 서류 교부는 절대 금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가해자 B씨로부터 5000만원대의 합의금을 받기로 했다. B씨는 선입금은 어렵다며 공증을 작성하고 다음 달부터 분할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B씨는 "공증 쓰는 날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달라"고 요구한다.
돈을 다 받기도 전에 서류부터 넘겨줬다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까 불안한 A씨.
B씨의 요구를 거절하고 안전하게 합의금을 전부 받을 방법은 없을까?
"공증 쓰면 합의서 줘야 한다"는 가해자 주장, 사실일까?
A씨는 가해자 B씨와 5000만원대의 합의금을 분할 지급받는 조건으로 합의를 진행 중이다. B씨는 공정증서를 작성하자며, 그날 바로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달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B씨는 "공증을 쓰면 그날 합의서를 주는 게 맞다"고 A씨를 압박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 같은 주장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정증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합의서나 처벌불원서를 즉시 교부해야 할 법적 의무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베테랑 나상호 변호사는 "상대방이 '공증을 쓰면 그날 주는 게 맞다'고 말한 것은 실무 관행을 앞세운 압박에 가깝고, 그렇게 따라야 할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강남 류재연 변호사 역시 "공정증서를 작성하더라도 피의자에게 즉시 합의서나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주어야 할 법적 의무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가장 큰 위험, 한번 제출한 '처벌불원서'는 철회 불가
변호사들이 합의서 선(先) 교부를 만류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돈을 다 받기도 전에 처벌불원서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되면, 가해자가 나중에 약속을 어겨도 이를 되돌릴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일단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가해자는 형사 절차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후 합의금 지급을 미루거나 중단해도 피해자는 이미 써버린 '처벌불원' 카드를 다시 가져올 수 없다. 법원 판례 역시 한번 제출된 처벌불원 의사는 철회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처벌불원 의사는 일단 수사기관에 제출되면 법적으로 철회가 인정되지 않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사실상 되돌리기 어렵다"며 "전액 변제 전에 먼저 내어주는 것은 피해자에게 가장 불리한 순서"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도 "만약 전액 변제 전에 합의서를 먼저 제출해주면 피의자는 형사 처벌을 감면받은 후 변제를 이행하지 않을 위험이 있으므로 피해자에게 매우 불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전장치 세우는 법: '선 공증, 후 입금, 마지막에 서류'
그렇다면 가장 안전한 합의 방법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조건부 합의서 작성 → 공정증서 작성 → 합의금 전액 수령 → 처벌불원서 제출' 순서를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합의서에는 '합의금 전액이 완납된 이후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한다'는 조건을 명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전액 변제 완료를 조건으로 최종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교부하도록 약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때 작성하는 공정증서에는 가해자가 약속을 어길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공정증서에는 1회라도 지급을 지체하면 잔액 전부에 대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다는 조항, 그리고 미지급 시 즉시 강제집행을 해도 이의가 없다는 집행인낙 문구를 명확히 두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한 번이라도 미지급되면 즉시 잔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게 해야 실효성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들은 B씨가 제안한 '월 500만원씩 4개월 내 전액 변제' 조건 역시 총합의금 5000만원대와 액수와 기간이 서로 맞지 않는 만큼, 합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변제 계획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