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집 곰팡이로 계약 파기…월세·이사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월세 집 곰팡이로 계약 파기…월세·이사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집주인 “수리해주면 끝, 법대로 하라” 큰소리
임대차 목적물 중대 하자에 해당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건은 A씨가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의 한 원룸에 입주하면서 시작됐다. 집을 보러 갔을 땐 단열 폼 벽지 때문에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사 당일, 살짝 떨어진 벽지를 들춰본 A씨는 경악했다.
한쪽 벽면 전체가 시커먼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즉시 부동산 중개인을 불렀고, 중개인도 상태를 확인하고는 문제를 인정하며 중개보수를 돌려줬다. 집주인 B씨 역시 처음엔 계약 파기에 동의하고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B씨는 곧 말을 바꿨다.
월세는 이미 낸 것과 다름없으니 못 돌려주고, 이사 비용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심지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도 나의 선의이지 의무가 아니다”라며 “수리해주면 끝이니 정 그러면 법대로 진행하라”고 A씨를 압박했다.
곰팡이 집, 계약 해지는 당연…보증금 반환은 법적 의무
변호사들은 A씨가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 월세, 이사비까지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집주인의 주장이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임대인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벽면 전체가 곰팡이로 뒤덮여 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라면 임대인의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즉, A씨는 계약을 해지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집주인 B씨의 “보증금 반환은 선의”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는 “보증금 반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법적인 의무이며, 거주가 불가능한 환경을 제공한 책임은 전적으로 임대인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집주인이 “수리해주면 된다”고 주장한 부분 역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봤다.
법무법인 심 심준섭 변호사는 “수리 기간 동안 곰팡이 포자, 소음, 분진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은 정상적인 주거 환경이 아니다”라며 계약 해지가 정당하다고 분석했다.
월세와 이사 비용, 어디까지 받을 수 있나
분쟁의 핵심인 월세와 이사 비용 문제 역시 A씨에게 유리하다는 게 변호사들의 중론이다. 입주 첫날부터 집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하자로 인해 정상적 사용·수익이 불가능했다면 차임 지급 의무도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낸 월세는 집주인이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이익 해당해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사 비용 역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임대차 목적물의 하자로 인해 부득이하게 계약을 파기하고 다시 이사를 하게 된 것이므로, 이사 비용 역시 임대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송 전 ‘내용증명’으로 먼저 압박해야
변호사들은 당장 소송을 진행하기보다는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 집주인을 압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법무법인 명의로 임대차 목적물의 중대한 하자로 인한 계약 해제 및 손해배상 청구 내용으로 내용증명을 발송해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내용증명에 보증금, 월세, 이사비 반환을 요구하고, 정해진 기한까지 돈을 보내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하는 방식이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중개사가 현장에서 하자를 인정한 사실, 곰팡이 사진 등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