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령대 창고에서 죽은 아기⋯DNA로 밝혀낸 '충격 진실'
[단독] 구령대 창고에서 죽은 아기⋯DNA로 밝혀낸 '충격 진실'
"아내 죽일 것" 살인 예고에 제주도 경찰 '발칵'⋯경찰 36명 출동
허위신고로 밝혀졌지만⋯경찰 때리는 등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
재판부, "안타까운 사정 있다"며 선처⋯그의 사연은?
![[단독] 구령대 창고에서 죽은 아기⋯DNA로 밝혀낸 '충격 진실'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2019-12-12T18.03.29.817_293.jpg?q=80&s=832x832)
한 여성이 조심스럽게 학교로 들어섰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몰래 구령대 창고로 숨어들었다.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아내를 죽일 거거든요? 그냥. 이유가 있나. 나는 말했어요. 끊어!"
지난 6월 어느 날, 제주도 한 경찰서에 심상치 않은 신고가 접수됐다. 살인 예고였다. 경찰서가 발칵 뒤집혔다. 걸려온 전화의 위치를 추적하면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경찰관을 끌어모았다. 경찰차 18대에 경찰관 36명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3시간 30분 만에 나온 결말은 허무했다. 아내와 말다툼을 하던 남편이 홧김에 한 허위 신고로 밝혀졌다.
허위 신고를 한 이모씨는 현장에 온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겉옷을 벗더니 경찰관을 밀치고, 할퀴었다. "X발, 경찰이면 다냐, XX끼들."
이씨는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허위 신고로 경찰력을 낭비하게 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공무집행방해)였다. 집행유예 기간 중 또 범행을 저지른 터라 중형이 불가피했다.
경찰도 이씨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나섰다. 허위 신고로 경찰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경찰관을 때리기까지 한 사건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고 했다. 직접 피해를 입은 경찰관 2명도 이씨를 용서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의외의 사실이 드러났다. 이씨가 죽이겠다고 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재판부는 이 점을 받아들여 이씨에게 최대한 선처를 베풀었다.
4년 전 이씨는 아내와 별거에 들어갔다. 그동안 아내는 술집에 일을 나갔다. 다른 남성과 관계를 가진 아내는 덜컥 임신을 했다. 아내는 아이가 혼외자라고 생각해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숨겼다. 산부인과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임신한 지 25주 만에 산통이 왔다. 아내는 주섬주섬 짐을 챙겨 집 주변에 있는 여자중학교를 찾았다. 구령대 밑 창고에 들어가 담요를 깔았다. 그곳에서 혼자 아이를 낳았다. 조산(早産)으로 낳은 아이는 죽은 채 세상에 나왔다. 아내는 사체를 비닐봉지와 가방, 봉투에 겹겹이 둘러싸 숨겼다.
10개월간 숨겼지만 결국 아이 사체는 발각됐고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 도중 아이 유전자를 검사했는데, 아이는 혼외자가 아니었다. 아이 아빠는 남편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남편은 충격을 받아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경찰에게 "아내를 죽일 것"이라고 허위 신고를 했을 때도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최석문 판사)은 '과거의 상처'를 이씨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감안했다. 판결문에도 과거 이씨에게 있었던 안타까운 사정을 형량 결정의 근거로 적었다.
"이씨가 (당시) 자신의 아이 사체가 발견되어 충격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한다."
지난 6일 이씨에겐 징역 1년이 선고됐다. 이씨가 저지른 범죄의 죄질과 그가 집행유예 기간 중 또다시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선처한 형량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