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여행이라더니 관광청 협조받은 '나혼산'⋯시청자 기만·협찬 위반일까
즉흥 여행이라더니 관광청 협조받은 '나혼산'⋯시청자 기만·협찬 위반일까
사전에 계획된 일정 숨긴 방송
방송심의·협찬고지 의무 위반 쟁점 분석

‘나 혼자 산다’에서 전현무가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즉흥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방송된 뒤, 사전 기획과 협찬 의혹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무작정 떠난 줄 알았던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여행이 현지 관광청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시청자 기만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과 21일 전파를 탄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전현무가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즉흥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방송 직후 사전에 계획된 일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제작진은 "협찬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6일 만에 "알마티시 관광청으로부터 행정적 절차와 현장 촬영 협조를 받았다"며 입장을 조용히 번복했다.
단, 금전적 제작비 지원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즉흥 여행' 연출, 법적으로 시청자 기만일까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문은 사전에 계획된 여행을 즉흥적인 것처럼 꾸민 것이 시청자 기만에 해당하는지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케 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는 이를 곧바로 위법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5두49474)에 따르면, 방송의 객관성 심사는 프로그램의 매체별·장르별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보도 프로그램과 달리 오락 프로그램은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 오락적 연출의 허용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비금전적 지원도 명백한 '협찬'⋯고지 의무는 없지만
본질적인 쟁점은 관광청의 비금전적 지원을 협찬으로 볼 수 있는지에 달렸다.
방송법은 방송 제작에 필요한 경비뿐만 아니라 물품, 용역, 인력, 장소 등을 제공받는 행위를 모두 '협찬'으로 폭넓게 규정한다.
따라서 알마티시 관광청이 제공한 행정 지원과 촬영 협조는 방송법상 용역이나 장소 협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협찬고지를 '할 수 있는' 제한적 요건만 둘 뿐, 장소나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해서 시청자에게 반드시 고지해야 할 법적 의무를 강제하지 않는다.
따라서 제작진이 협찬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전 조율된 협찬 일정을 100% 즉흥 여행인 것처럼 과장 연출했다면 방송심의규정 제14조 위반에 따른 시청자 기만 제재는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만약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에 착수할 경우, 협찬 사실 은폐와 연출에 따른 객관성 의무 위반이 결합해 주의나 경고 등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제작진이 금전적 지원은 일절 없었다고 밝힌 만큼, 관광청 지원의 구체적인 범위가 최종 제재 수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