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도 모르는 기밀"이라던 책갈피 달러... 예전 보도 확인해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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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도 모르는 기밀"이라던 책갈피 달러... 예전 보도 확인해 봤더니

2025. 12. 17 11:2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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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 "30년 직원도 모르는 내용" 반박

2009년·2011년 언론 보도에 상세 소개

2022년 야당 의원도 국감서 언급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0월 27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는 모습. /연합뉴스

"책피(책갈피)에 끼워가지고 100달러짜리 한 묶음씩 가져가는 게 가능하냐, 안 걸리고."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이학재 인천국제공항보안주식회사 사장은 "저희 공항의 30년 다닌 직원들도 모르는 내용"이라며 맞받아쳤다.


지난주 인천국제공항 현장 시찰 과정에서 벌어진 이 설전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이 구체적인 외화 밀반출 수법을 언급하며 보안 검색 허점을 지적하자, 야당과 공항 측이 "범죄 수법을 온 세상에 알린 꼴"이라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과연 '책 속에 달러 숨기기'는 일반인은 상상조차 못 할, 이 대통령만 아는 비밀 수법이었을까.


"30년 직원도 모른다"던 수법, 16년 전 뉴스에 '대서특필'

논란의 핵심은 해당 밀수 수법의 '기밀성' 여부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책갈피에 달러를 숨긴다는 발상은 일반 국민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이 마치 범죄 경험에서 나온 '자백'인 양 몰아세웠다. 이학재 사장 역시 SNS를 통해 "보안 검색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연욱 작가의 팩트체크 결과는 달랐다. 이 기상천외한 수법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된 '구식'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9년 2월, SBS는 <책 속에 끼워서… 고환율에 현금 밀반입 급증>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사전과 책 속에서 외화 뭉치가 나왔다", "잡지 사이에 끼워 넣은 100달러짜리 지폐 여러 장이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2011년 5월 YTN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책 속에 홈을 파서 돈을 숨기거나 신발 밑창에 돈을 넣어 들여오는 방법"을 상세히 소개했다. 즉, '책갈피 달러 밀수'는 30년 차 보안 직원만 모르는, 언론에는 이미 다 공개된 '오픈 소스'였던 셈이다.


2009년 2월 보도된 SBS 뉴스 모습.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캡처
2009년 2월 보도된 SBS 뉴스 모습.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캡처


쌍방울 대북 송금 수법? 야당 의원이 먼저 '상세 브리핑' 했다

야당은 이 대표의 발언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연결 짓기도 했다. 해당 수법이 쌍방울 사건 때 쓰인 방식이라며, 이 대통령이 이를 알고 있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논리다.


하지만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해당 수법은 이 대통령이 언급하기 이전에 이미 언론 보도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진 바 있다.


김 작가가 발굴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 15일 동아일보는 검찰 수사를 인용해 <쌍방울 수십억 중국에 쪼개기 밀반출… 수사 직원들 "책 등에 숨겨">라는 기사를 냈다.


더 결정적인 장면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2022년 10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왔다. 당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9년 쌍방울 임직원 수십 명이 동원돼서 책갈피나 화장품 케이스 이런 데 달러나 위안화를 넣어서 가지고 나가서..."


결과적으로 해당 밀수 수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훨씬 전부터 언론 보도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공론화되었던 내용임이 확인된 것이다.


진행자인 김종배 시사 평론가는 방송에서 "심심하면 나오는 게 '어디에 숨겨오다 걸렸다'는 보도인데, 그 논리대로라면 언론이 예비 범죄자들에게 범행 수법을 알려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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