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못 벌지만, 정말 아내에게 잘했습니다"는 말로 이혼을 막을 수 있다? 없다?
"돈은 못 벌지만, 정말 아내에게 잘했습니다"는 말로 이혼을 막을 수 있다? 없다?
애정 많고 헌신적인 남편과 이혼 결심한 아내
항상 게임만 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는 없어
무능력한 모습만으로는 이혼 어렵지만⋯'이것' 있으면 이혼 사유

한결같이 아내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남편. 하지만 아내는 이혼을 결심했다. 바로 남편의 '무능력함' 때문이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눈에서는 '꿀'이 떨어진다. 결혼 3년 차 남편은 한결같이 아내를 사랑하고 존중한다. 집안일도 남편이 나서서 하는 편이다. 이런 남편을 아내는 '헌신적인 남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대학생인 남편은 졸업 후 미래계획도 없이 게임에만 빠져 산다. 학교에 대학 등록금은 꼬박꼬박 내면서, 출석만 하는 수준으로 공부에 열의도 보이질 않는다. 그런 탓에 나이는 서른 가까이 됐지만, 졸업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결국 아내는 이혼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무능력한 남편의 태도에서 변화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는 심한 우울증을 겪으며 마음도 지쳤다.
하지만 아내는 한편으로는 남편의 헌신이 이혼을 어렵게 하지 않을지 걱정된다. 로톡뉴스가 그 고민의 답을 알아봤다.
이혼은 우리 민법(제840조)이 규정한 이혼 사유 6가지에 해당해야 가능하다. 그 사유란 다음과 같다.
①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있었을 때
② 악의로 배우자를 유기했을 때
③ 배우자 또는 직계존속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④ 자신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⑤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불분명할 때
⑥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남편의 무능력한 모습이 촉발한 이 부부의 문제점은 처음 다섯 가지 사유(①~⑤)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가능성이 있는 건 마지막 사유(⑥). 남편의 모습이 여기에 해당한다면 아내는 이혼할 수 있다.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상황은 무엇일까. 지난 2007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부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나 혼인 생활이 지속되는 것이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법률 자문

즉, 배우자가 생활비를 벌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원인이 돼 가정 내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도저히 부부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정도여야 이혼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법무법인(유) 주원의 백현숙 변호사는 "경제적 무능력 자체가 곧바로 이혼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성실한 노력을 하지 않고 게임만 한다는 것이 정도가 심하면 제840조 제6호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변호사들은 무능력이 문제가 돼 부부 사이가 나빠진 상황에서, 개선하려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충분한 이혼 사유가 된다고 했다. 사연 속 남편처럼 부부의 경제생활에 전혀 무관심한 경우다.
법무법인 세현의 조현정 변호사는 "(남편은) 가정 경제를 돌보지 않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노력조차도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무능력 또는 가정경제에 대한 불성실은 이혼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변호사 이현웅 법률사무소'의 이현웅 변호사도 "무능력은 단순히 생활비 금액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고 (태도 등)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며 "(남편처럼) 공부해서 제대로 일하겠다는 각오도 없이 게임만 하고 하루하루 사는 태도도 무능력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남편은 아내가 부부의 미래를 고민하다가 우울증에 걸렸지만, 함께 머리를 맞대지도 경제활동을 준비하지도 않았다. 그런 탓에 남편의 경제력을 고민하던 아내가 이혼을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종합하면 ❶남편의 무능력한 모습이 원인이 돼 부부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고 ❷가정경제를 위해 노력조차 하지 않아 부부관계가 악화됐다면 이혼 사유(⑥)가 맞는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백 변호사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남편의 장점인 '헌신'도 이혼을 막기 어렵다. 부부관계는 애정과 헌신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현웅 변호사는 "부부공동체의 유지와 미래를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다른 부분에서 헌신적이었더라도 이혼 사유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다. 배우자로서 자신의 위치에서 부부 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만약 남편이 "무능력하지만 아내에게 잘했다"고 주장하면 아내는 어떻게 할까. 이 변호사는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조현정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남편의 대학교 재학 기간이 지나치게 긴 점, (가정을 돌보지 않고) 게임을 많이 했다는 증거 등이 제출돼야 할 것"이라고 조 변호사는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