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나만 속 터질 뿐⋯책임은 누구도 안 질 미쉐린 '☆' 장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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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 나만 속 터질 뿐⋯책임은 누구도 안 질 미쉐린 '☆' 장사 의혹

2019. 11. 14 15:03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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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미쉐린 가이드 2020' 발표⋯컨설팅 의혹에 공정성 논란

4600만원 내면⋯평가원 방문 일정 등 내부 정보 공유

'컨설팅 의혹' 사실이라면? 소비자 피해 보상은 가능할까

컨설팅 의혹으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미쉐린 가이드'가 14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호텔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그런 레스토랑. 삼키기 싫을 정도로 맛있어 꼭꼭 씹어 먹었다."


미쉐린가이드 최고 등급인 3스타(별 셋)를 받은 레스토랑에 대한 후기다. 다른 후기에도 "장인들의 행위예술", "계속 감탄과 찬양"이라는 극찬이 이어졌다.


세계 최고 맛집을 총망라한 미쉐린가이드. 지난 2016년 한국에도 상륙한 이후 미쉐린이 선택한 식당과 셰프는 식도락(食道樂)계의 관심을 독차지해왔다. 미식가들은 '새로운 별'이 어딘지, 어떤 별이 더 밝게 빛났는지 확인하고자 발표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14일 오늘, 드디어 내년 미식 트렌드를 주도할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이 발표됐다. 하지만 미쉐린 가이드의 식당 선정에 뒷돈이 오고 갔다는 '미쉐린 가이드 컨설팅' 의혹이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불명예를 안는 것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처벌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쉐린 '☆' 따려면 해야 할 1년에 4600만원짜리 컨설팅?

미쉐린 가이드 컨설팅이란 다음과 같다. 미쉐린 가이드 측과 연결돼 있다고 알려진 어니스트 싱어(Ernest Singer)가 식당과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금은 1년에 4만 달러(약 4681만원). 이 돈을 내면 미쉐린 가이드 평가원이 언제 방문할지 등을 알려준다고 한다. 최근 한식레스토랑 '윤가명가'의 윤경숙 대표가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밝히며 이런 사실을 폭로했다.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국내 식당 26곳 가운데 컨설팅 의혹을 받는 식당은 2곳이다. 이 2곳은 '미쉐린 가이드 2017 서울'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4년 연속 미쉐린 3스타를 획득했다. 만일 이런 평가가 컨설팅을 받은 대가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내용을 검토한 변호사들의 의견은 나뉘었다.


14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발간회에서 그웬달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가이드 선정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발간회에서 그웬달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가이드 선정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적으로 문제 될 쟁점 2가지⋯변호사들 의견도 엇갈려

① 사기죄 : 컨설팅 의혹만으로 사기죄 'NO' vs. 부정(不正)한 행위로 소비자 속여


가장 먼저 검토된 건 '사기죄' 성립 여부다.


법률사무소 새로의 김권우 변호사는 "사기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사람들은 음식을 구매하기 위해 미쉐린 가이드 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고려한다"며 "(제기된 의혹만으로) 음식 구매자가 음식점의 기망(欺罔⋅남을 속여 넘김) 행위에 의해 착오에 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기죄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착오에 빠뜨려 이익을 취하면 성립하는데, 미쉐린 가이드 선정 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정도로는 착오에 빠뜨렸다는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반면 법무법인 랜드마크 전주사무소의 서한샘 변호사는 "❶식당 A가 미쉐린 가이드와 부정한 행위를 하여 최고 등급을 받았고 ❷이러한 사정을 고객이 고지받았다면 A와 거래하지 않을 것임이 명백하다고 판단된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❶미쉐린 가이드 선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있고 ❷이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게 되면 식당을 찾아오지 않을 거란 예측을 할 수 있었다면 소비자들에게 사기를 쳤다고 볼 수 있다는 의미다.


14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호텔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가 발표됐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공식 웹사이트
14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호텔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가 발표됐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공식 웹사이트


② 공쟁거래법 위반 : 선정 사실 표기, 부당한 광고 아니다 vs. 부정한 계약으로 받은 거짓 등급


식당은 정당하지 않은 방법을 통해 얻은 '3스타'로 소비자와 거래한 의혹이 있다. 불공정 거래를 금지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로 처벌할 수 있을까.


김권우 변호사는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사실을 사업장(식당)에 표시한 것만으로, 표시광고법상 부당한 표시ㆍ광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상적인 경쟁 수단을 쓰지 않고 원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통상 거래되는 가격에 비해 부당하게 높은 가격으로 구입한 것 등이 아니기 때문에 불공정거래행위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서한샘 변호사는 "식당 A는 미쉐린 가이드와 부정한 계약을 맺어 거짓 등급을 맺은 사업자로서 이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포함될 것으로 사료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할 수 있고,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내부정보로 컨설팅 제안한 '어니스트 싱어', 법적인 책임은?

컨설팅 제안을 넙죽 받은 식당도 나쁘지만 컨설팅을 제안한 어니스트 싱어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싱어와 미쉐린의 관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싱어가 미쉐린의 내부 정보를 상세히 알고 있었던 점 때문에 의심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싱어가 미쉐린 내부의 공모자와 함께 벌인 일이라면 어떤 소송이 가능할까.


김권우 변호사는 "만약 어니스트 싱어가 미쉐린 내부자와 공모하는 방법으로 음식점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미쉐린 측은 (어니스트 싱어에게) 업무방해죄, 배임죄와 더불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쉐린 가이드의 식당 선정 권한은 미쉐린에 있는데, 권한 없는 자(어니스트 싱어)가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논리에서다.


그렇다면 컨설팅 계약을 맺은 식당도 싱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김 변호사는 "싱어가 미쉐린 가이드 선정에 영향을 주는 컨설팅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었다면, 사기죄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등이 성립할 수 있다"고 자문했다. 만일 권한이 없는 싱어가 식당을 속였다면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미쉐린 가이드 믿고 방문한 소비자, 보상받을 수 있을까?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및 호텔 평가서로 자리 잡은 미쉐린 가이드가 '컨설팅 의혹'으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공식 웹사이트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및 호텔 평가서로 자리 잡은 미쉐린 가이드가 '컨설팅 의혹'으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공식 웹사이트


소비자들은 미쉐린 가이드와 식당을 믿고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소비자야말로 이번 의혹 때문에 가장 큰 피해자다. 소비자는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까.


① 식당에 책임 물을 수 있다? "NO"

김권우 변호사는 "어렵다"고 예측했다. 김 변호사는 "소비자가 미쉐린 가이드를 참고하여 방문한 것은 사실이나 법에서 강제하는 인증도 아니고 실제로 선정된 이상 컨설팅 사실만 갖고 식당이 소비자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즉 컨설팅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할 음식을 제공하지 않았다'(채무불이행)고 따지기 어렵고 손해배상청구도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② 미쉐린 가이드에 책임 물을 수 있다? "NO"

김 변호사는 "미쉐린은 소비자와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미쉐린에게 직접 어떠한 보상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가이드 구매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 변호사는 "컨설팅 계약 등이 미쉐린 가이드 선정에 영향을 미친 정도에 따라서 가이드 구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는 있다"고 했다.


서한샘 변호사는 "소비자가 미쉐린과 식당을 상대로 공동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처벌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미쉐린의 반박 "금품 받고 높은 점수 줬다? 사실 아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컨설팅 비용을 받고 높은 점수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정했다. 미쉐린은 어니스트 싱어와 어떤 관계도 없다고 밝혔다.


그웬달 뿔레넥(Poullennec)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미쉐린은 어니스트 싱어와는 어떤 관계도 없다"며 "현재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미쉐린 내사 결과, 내부 정보가 새어 나갔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뿔레넥은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원들은 익명으로 활동한다. 누군가가 미쉐린 직원인 척하며 금품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곧 그가 우리 직원이 아님을 증명한다"고 했다. 3스타를 받은 라연과 가온에 대해서는 "어떠한 금전적인 거래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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