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거로 장난치는 사람, 왜 안 사라질까?
먹을 거로 장난치는 사람, 왜 안 사라질까?
'곰팡이 깍두기' 8940kg 팔아도 실형 아니었다

사람의 건강과도 직결되고,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이기도 한 음식. 먹거리를 둘러싼 이슈가 늘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왜 자꾸만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제발, 사람 먹는 거로 장난치지 마세요!"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불량 먹거리' 뉴스에 사람들은 이처럼 탄식하곤 한다. 최근 몇 달 사이에만 '벌레 순대' '불량 도넛' '식중독 김밥'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했고, 그때마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바짝 긴장해야 했다.
사람의 건강과도 직결되고,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이기도 한 음식. 먹거리를 둘러싼 이슈가 늘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왜 자꾸만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로톡뉴스가 이에 대한 답을 판결문 속에서 찾아봤다.
불량 먹거리를 단속할 수 있는 법령 중에 대표 격은 식품위생법이다. 이 법은 썩거나 상한 음식, 유독·유해물질이 들었거나 균에 오염된 음식 등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체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제4조 내지 제6조). 웬만한 불량 먹거리 문제는 여기서 다 걸리는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징역과 벌금을 둘 다 부과할 수도 있다(제94조 제1항 제1호, 제2호).
식품 원료를 비위생적으로 관리하는 행위 등도 법 위반이다(제7조 제4항). 이 경우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제95조 제1호).
그렇다면 해당 처벌 조항들이 제 역할을 했는지 살펴봤다. 대법원이 공개한 최근 2년 치 형사 판결문 중 식품위생법 위반 사건은 786건. 여기서 수입신고나 영업허가 문제처럼 절차상 위법에 해당하는 사례는 빼고, 정말 먹거리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만 다시 한번 골라냈다.
불량 먹거리를 만들거나 시중에 내놓아 문제가 된 판결들은 총 39건이었다. 하지만 최대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법 조항과는 달리, 실형은 단 1건도 없었다.
이를 바탕으로 법을 어기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법을 지키지 않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만 받는 걸 이미 알고 있고, 또한 이를 통해 얻는 이득이 처벌의 두려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로톡뉴스가 추린 식품위생법 위반 사건 39건 가운데 32건은 벌금형에 그쳤다. 전체 대비 82%에 해당했다. 나머지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차지했다(7건, 18%).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없었던 건, 그만큼 사건이 경미했기 때문일까? 사건의 면면을 보면 그렇게 단정 짓긴 어려웠다.
'곰팡이 무'로 깍두기를 대량 생산해 판매한 일당도 실형을 면했다. 이들이 공급한 깍두기 양만 약 9톤(t)에 달한다. 이 사건 A씨는 식품판매업자 B씨로부터 약 한 달 동안 무를 대량으로 사들여 깍두기를 제조했다. 이 무는 썩거나 상하고 곰팡이까지 핀 상태였다. 결코 음식으로 만들어선 안 되는 재료였지만, A씨는 갖은양념을 묻혀 그대로 깍두기로 둔갑시켰다.
이후 A씨는 약 900만원을 받고, 다시금 B씨에게 문제의 깍두기를 넘겼다. 본인이 직접 A씨에게 무를 납품했으니, 상한 재료로 만든 깍두기임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B씨.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일반음식점 등 각종 거래처에 '곰팡이 깍두기'를 납품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깍두기는 8940kg이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1회용 김치는 보통 50~100g 단위로 이뤄져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한 사람이 100g씩 먹는다고 가정하면, 8만 9400명이 동시에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나 이 같은 범행에도 재판부는 선처를 결정했다.
지난해 2월, 수원지법은 이 사건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의 경우, 기존에도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지만 다시 한번 집행유예에 그쳤다.
재판부는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식품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하려는 식품위생법 입법 취지에 비춰 피고인들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A씨가 처음부터 이익을 취하려고 단가가 낮고 상한 무를 주문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선처해줬다. 무를 주문했는데 생각지 않게 상태가 안 좋았을 뿐이고, 이를 시정하지 않고 그냥 담근 것만 문제가 된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11월, 대전지법 홍성지원은 '곰팡이 곤약젤리'를 만들어 판매한 C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C씨는 이미 지난 2019년 8월과 11월에 같은 문제로 관할관청에서 과태료 처분을 2회나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C씨는 이 시기에 만든 곤약젤리를 폐기 처분하지 않았다. 심지어 과태료를 받은 직후에도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해 버젓이 판매를 이어갔다.
재판부는 그런 C씨를 두고 "인체의 건강을 해할 우려가 있음을 잘 알면서도 범행을 했다"고 지적했지만, 벌금형을 택했다.
전체 39건 중 단 7건에 불과했던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 그마저 징역형은 6개월을 넘지 않았고, 모두 1~2년씩 집행유예가 이뤄졌다. 벌금형이 함께 나오느냐 아니냐 정도의 차이일 뿐, 판에 박힌 듯 똑같은 판결이었다.
지난해 배달업계를 발칵 뒤집었던, 족발 부추 무침 속에서 쥐가 발견된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 서울서부지법에서도 프랜차이즈 족발집을 운영하던 D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벌금은 병과되지 않았고 사회봉사 80시간만 추가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D씨 업장에는 지난 2017년부터 쥐가 서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처 조사 당시 이 식당 곳곳에선 쥐의 분변 80여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건 발생 당일 CC(폐쇄회로)TV 속에도 쥐가 식당 카운터와 포장족발 위, 반찬통 주변, 도마 위까지 돌아다니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종업원이 직접 쥐를 목격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프랜차이즈 본사를 통해 소비자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다"면서 "사건 이후 한 달간 영업을 중단하고 환경개선공사를 했고, 피고인 D씨에게 아무런 전과도 없다는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9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