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 범죄, 왜 사라지지 않을까
장애인 학대 범죄, 왜 사라지지 않을까
힘 실리는 특례법 제정 필요성 주장
"처벌 강화하고 지원은 실효적으로"

토론회 발표자와 참석자들. 사진 가운데 윤소하 의원 / 사진 김주미 기자
인간 존엄성 존중이 최소한의 기초 소양으로 여겨지는 21세기이지만, 한 번씩 불거지는 ‘현대판 노예’ 사건은 우리가 사는 시대가 21세기가 맞는지를 혼동케 할 정도로 충격을 안기고 있다.
타인을 소유물로 여기며 노동력을 착취하는 ‘현대판 노예 사건’의 피해자는 대부분 장애인이다. 2014년도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대표적이고, 돼지 농장 노예, 사찰 노예, 재활원 노예 등도 동일하다.
지난 22일,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과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단체가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 ‘장애인학대 가해자 처벌 강화와 피해자 지원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학대에 특히 취약한 계층인 장애인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 강화를 통해 사회의 인식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윤소하 의원은 “장애인 학대와 관련하여 정책적인 부분을 포함해 제도, 입법 등 보완이 필요한데도 논의가 전무하다”면서 “강력한 가해자 처벌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실효적인 피해자 지원 방안 마련”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변호사,
“현행 장애인 권리 옹호체계 미흡해”
우리나라는 2007년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이후, 7년 뒤인 2014년에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발달장애인 권리구제를 구체화했다.
이어 2015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2017년 1월 1일부터 각 시도별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설치, 지역 간 연계체계를 구축하고 장애인 학대 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이러한 현행 장애인 권리 옹호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겉보기엔 체계가 탄탄한 듯 보이지만,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변호사는 장애인학대처벌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진행되어 온 장애인학대범죄 입법운동의 연장선에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가 언급한 일련의 입법운동은 2015년 안철수의원실이 대표발의한 ‘장애인권리옹호법(P&A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어 ‘장애인권리보장법’, 2013년부터 지금까지 논의되고 있는 ‘장애인학대처벌특례법’이 있는데, 이 법들은 모두 같은 지향을 담고 있다.
성폭력처벌법을 바탕으로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된 것과 같이, 별도의 통합법 제정을 통해 장애인학대 범죄에 대하여도 독자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특례법 제정의 기대효과로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학대’에 포함되지 않는 사안도 가중처벌이 필요한 학대 범죄를 지정할 수 있는 점 △기존의 어느 법체계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새로운 구성요건을 신설해 인권침해의 법적 범주를 확대시킬 수 있는 점 △장애인을 위한 국선변호사제도나 실질적 보조인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토론회 모습
최정규 변호사
“국가배상책임까지 인정됐지만 반성하는 기미 부족”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 최정규 변호사는 “온 국민이 경악했던 신안군 지적장애인 노동력착취사건이 발생한 이후 5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때와 큰 차이 없이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 학대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며 씁쓸함을 나타냈다.
특히 최 변호사는 2015년 11월에 제기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이끌어낸 국가배상소송 진행 경험을 바탕으로 관할 수사기관, 관할 노동청, 지자체 등의 책임을 엄중히 짚었다.
수십 년 동안 수십 명에 대해 자행된 노동력 착취와 학대 사건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벼이 여기며 방치한 잘못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 앞에 명확히 밝히고 대책을 마련·시행해야 하는데, 그 태도가 미온적”이라고도 말했다.
최 변호사는 법원의 인식에도 우려를 표했다. 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에 대해 엄벌이 필요하다는 점을 법원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2017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나온 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의 대표적 판례 4건(2016고단779, 2017고단174, 2017고단412, 2016고단3889)의 선고형은 각각 징역 8개월, 징역 1년 6개월, 징역 2년, 벌금 500만원이다.
해당 사안에서 노동력 착취 기간은 각각 8년 9개월, 40년 9개월, 피해자 두 명에 대해 15년 1개월 및 14년 4개월, 5년 3개월에 이르는데도 불구하고 나온 형량이라는 점에서 맥이 빠지는 결과다.
그는 “관련 양형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거나 기존 양형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장애인 대상 범죄들의 사안이 유사한데도 관련 법률이 단일법령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노동관련법령, 일반형법, 장애인복지법 등 일관되지 않은 법적용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상 촬영, 편집 안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