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함부로 도와주면 안 된다, 처벌받을 수 있다" 정말인지 변호사 11명에 물어봤다
"여성 함부로 도와주면 안 된다, 처벌받을 수 있다" 정말인지 변호사 11명에 물어봤다
'지하철에서 여성 승객이 쓰러졌는데, 남성들이 외면했다'는 글 퍼지자
"괜히 도와줬다가 성추행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댓글 다수 올라와
사실 여부에 대해⋯변호사 11명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지하철에서 쓰러진 여성 승객을 남성들이 외면했다'는 사건. 사실 비슷한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도와주면 오히려 처벌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연합뉴스⋅온라인 커뮤니티⋅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지하철에서 쓰러진 여성 승객을 남성들이 외면했다'는 사건. 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교통공사가 6일 오후 8시쯤 로톡뉴스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 3일 오후 6시쯤 압구정역에서 한 여성 승객이 쓰러진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에 같은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신고나 보고 들어온 사실은 없다"며 "허위 여부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작성자가 다시 '압구정역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확인이 됐다. 이에 공사 관계자는 "(뒤늦게 확인된 바로는) 해당 승객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의식을 되찾고 귀가했다"며 "119 구급대원이 '병원을 가겠냐'고 물었으나, '가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남성들이 해당 승객을 외면했다'는 점이 가장 논란이었다. 여기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것까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장에서 승객을 도운 직원은 "당시 정신이 없었다"며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와주셨던 분들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확인이 어려웠다"고 이 관계자에게 전했다고 한다.
사실 이 글이 이렇게까지 주목받았던 것은 '남성들이 여성 승객을 외면했다'는 점 때문이다. 해당 글과 여러 커뮤니티에 공유된 글에는 "절대 손도 대면 안 된다. 괜히 도와줬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리기 딱 좋다"는 취지의 댓글이 올라왔다.
사실 비슷한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도와주면 오히려 처벌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런 내용은 사실일까. 로톡뉴스는 다수의 형사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는 "실제 강제추행범들 일부가 여성을 돕는 척하며 추행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CC(폐쇄회로)TV가 없는 상황에서 '술 취한 여성을 도우려 접촉했다'는 핑계를 대는 범죄자들이 많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때는 변호사조차도 진위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도움을 가장한 강제추행범들로 인해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신뢰가 흔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 11명의 답을 정리해 봤는데, 의외로 여성이 쓰러진 '장소'에 따라 경우를 나눠서 봐야 한다고 했다.
① 이번과 같이 지하철 등 사람이 많고, 주변에 CCTV도 있는 장소인 경우
② 골목길, 술집 화장실 앞 등 사람이 없고 , CCTV도 없는 장소인 경우
①인 경우에는 "성추행 등 강제추행죄가 성립될 우려가 적다"고 변호사들은 밝혔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는 "이때 성추행범으로 몰릴 것을 걱정하는 것은 '논쟁을 위한 논쟁' 같다"며 "(혐의를 벗어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우려가 적다"고 했다. 다수의 CCTV 자료와 목격자들이 그 증거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명현의 최영식 변호사도 "이때 처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고, 법률사무소 봄온의 채우리 변호사 역시 "일부 네티즌들이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는 "요즘은 CCTV 등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쉽게 유죄가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나란의 신효은 변호사는 "실제로는 여성이 남성을 강제추행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고소하더라도, '혐의가 없다'는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②처럼 물증이 없는 경우였다.
법무법인 로베리의 박원연 변호사는 "이때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구조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신체 접촉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남성의 주장과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신체접촉으로 불쾌감을 느꼈다'는 여성의 주장이 대립하면 강제추행죄가 인정될 수도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 역시 "억울한 사례가 발생할 여지도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했고, 법무법인 최선의 이준상 변호사도 "이때 피해자가 일관적으로 진술하는 경우 유죄가 나올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유)에이스의 옥민석 변호사도 "불필요하거나, 의도적인 신체 접촉으로 인정되는 경우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주원의 박지영 변호사는 "물증이 없는 상황이라면 피해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도와준 사람이 불리할 수도 있다"며 이 때문에 "우려의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②인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까. 박지영 변호사는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박 변호사는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도) 이를 지킨다면 수사단계에서도 범죄자로 몰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❶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도움으로써 증인을 만들 것.
❷ 직접 돕기 전에 112 또는 119에 먼저 신고할 것
❸ 상대방이 많이 취한 상태라면 신체접촉은 피할 것. 차라리 주위에 소리를 질러서 도움을 요청할 것.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