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이랑 도장 좀 보내줄래?" 가족이라도, 이 부탁은 들어줘선 안 됩니다
"통장이랑 도장 좀 보내줄래?" 가족이라도, 이 부탁은 들어줘선 안 됩니다
빌려주는 순간, 3가지 법률 위반 소지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통장을 빌려주는 행위는 조심해야 합니다. 변호사들과 함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셔터스톡
"〇〇아, 너 통장이랑 도장 좀 보내줄래?"
외삼촌의 수상한 부탁. 그래도 A씨는 '설마' 했다.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기도 했고, 평소에도 도움을 자주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의 부탁'이라는 생각이 든 찰나. 동시에 '빌려줘도 정말 괜찮을까?'라는 의심도 들었다.
A씨는 변호사들에게 물어봤다. "통장을 빌려줘도 괜찮을까요?"
변호사들은 "아무리 가족이라도 들어줘선 안 되는 부탁"이라며 "통장 등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도 A씨 본인이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①전자금융거래법 위반 ②사기방조죄 ③금융실명법 위반 등이었다.
①통장을 양도한 것⋯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우선 통장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만으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자금융거래법이 제6조에서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그네틱 띠가 부착된 통장, 신용카드 등은 대표적인 '접근 매체'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타인인 외삼촌이 A씨의 통장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했다면 "A씨도 처벌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밝혔다.
장헌법률사무소의 김동우 변호사는 "어떠한 경우라도 자신 명의의 통장, 체크카드 등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빌려줘서는 안 된다"며 "이것 자체만으로도 처벌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효현의 박수진 변호사도 "외삼촌이 통장을 사용하게 하는 건 이 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때 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②통장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사용된 경우⋯ 사기방조죄
만약 외삼촌이 통장을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사용한다면 문제는 훨씬 심각해진다.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고도 통장을 빌려줬다면 A씨도 사기 방조죄 등으로 가중 처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에 연루된 이상 피해자에게 배상 책임까지 질 수도 있다.
김동우 변호사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도 통장을 빌려준다면 사기 방조죄로 함께 처벌될 수 있다"며 "결국 보이스피싱 범죄를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태경종합법률사무소의 정주섭 변호사도 "보이스피싱범죄의 경우 최근 법원에서도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며 "가담한 정도가 아르바이트 수준, 또는 통장을 빌려준 정도라고 하더라도 실형이 나온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처벌 수위부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간다. 법원 처벌 역시 보이스피싱 '사기방조' 혐의에 대해 잇따라 실형을 내리고 있다. 지난 4일 부산지법은 자신의 통장을 제공하고, 현금 인출을 도운 사건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지난 7월 춘천지법에서도 현금 전달책 역할을 한 사건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③자금세탁 등 탈법에 이용된 경우⋯ 금융실명법 위반
법률사무소 퍼플의 박철현 변호사는 "금융실명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외삼촌이 자금세탁 등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A씨의 통장을 이용하는 경우다.
실제 이 법은 제3조에서 "누구든지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그밖의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이 법률은 위와 같은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한 타인 명의의 거래 및 그 방조행위를 처벌하고 있다"며 "A씨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