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밥 대신 뽑은 게 죄가 아니라, 실밥 뽑기 전 체크 안 한 게 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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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밥 대신 뽑은 게 죄가 아니라, 실밥 뽑기 전 체크 안 한 게 죄였다

2022. 07. 27 12:04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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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지시로 수술 환자 실밥 제거한 간호조무사

의료법 위반 혐의…의사는 벌금 300만원, 간호조무사는 선고유예

대법 "실밥 제거 전, 수술 부위 확인하는 건 진료 행위"

환자가 수술받은 부위의 이상 유무 확인과 실밥 제거를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한 의사가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셔터스톡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에게 수술한 환자의 실밥 제거를 지시한 의사가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함께 재판을 받은 간호조무사 B씨의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도 확정했다. 선고유예란 죄는 인정되지만 선고를 미룸으로써 2년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선고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된다. 사실상 처벌이 없는 선처인 셈이다.


재판부 "실밥 부위의 이상 유무 확인하는 건 진료"

부산 동래구의 한 의원 원장인 A씨는 지난 2020년 1월 이마거상술(이마를 당겨 올리는 수술)을 받은 환자의 실밥을 간호조무사 B씨에게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다른 환자를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B씨는 혼자 메스와 핀셋을 이용해 환자의 실밥을 제거했다. A씨는 실밥 제거가 끝난 후에야 환자 상태를 확인했다.


이 일로 A씨와 B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우리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누구든지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게 의료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제27조 제1항·제5항).


이때 의료인의 범위에 간호조무사는 포함되지 않는다(제2조 제1항). 간호조무사의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의사 등의 지도하에 진료 보조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제80조의2 제2항).


실밥 제거 전 의사 판단 있어야⋯실밥 제거는 의사 지시에 따라

재판의 쟁점은 실밥 제거 과정에서 의사의 지도·감독이 있었는지 여부였다.


재판 과정에서 A씨 등은 "실밥 제거 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아니고 간호조무사도 할 수 있는 진료 보조행위"라며 "당시 의사인 A씨가 같은 의료기관 안에 공존하고 있었으므로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도 "수술 후 봉합사(수술용 실)를 제거하는 행위는 간호조무사도 의사 지시 하에 할 수 있는 진료 보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실밥 제거에 앞서 수술 부위의 이상 유무는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가 아니라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우선돼야 하는데, A씨 등의 경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사가 단독으로 진료행위를 하는 건 진료 보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지난 2011년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무면허 의료행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범행으로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의 지시에 따른 B씨에게는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처분을 했다.


2심 재판부는 개정 전 의료법을 적용한 검찰의 기소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1심과 같은 판단을 했다. 대법원도 이런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A씨 등의 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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