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서 에어팟 훔친 촉법소년…형사처벌 안 돼도 부모가 배상해야
리조트서 에어팟 훔친 촉법소년…형사처벌 안 돼도 부모가 배상해야
‘촉법소년’이 훔쳐간 내 에어팟
형사처벌 불가해도 부모 손배청구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여행 중 리조트 게임방에 잠시 둔 에어팟이 사라졌다. A씨는 CCTV를 통해 한 여자아이가 물건을 가져간 사실을 확인했다.
사라진 에어팟은 3주가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폰 '나의 찾기' 기능에는 에어팟이 다른 지역에서 사용 중인 것으로 표시됐다.
용의자는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미성년자. 만약 아이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라면, A씨는 에어팟을 돌려받거나 보상받을 길이 없는 걸까?
CCTV에 찍힌 아이, 에어팟 훔쳐 중고로 팔았나
A씨는 여행 중 리조트 내 게임방에서 에어팟을 잃어버렸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 가져간 것이다. 뒤늦게 CCTV를 확인한 A씨는 한 여자아이가 자신의 에어팟을 가져가는 듯한 장면을 발견했다.
경찰에 도난 신고를 접수한 뒤 A씨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아이폰 '나의 찾기' 기능에 사라진 에어팟의 위치가 뜬 것이다. 장소는 A씨가 사는 곳과 전혀 다른 지역이었다. A씨는 아이가 에어팟을 훔친 뒤 중고로 팔았을 가능성까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CCTV를 토대로 용의자를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로 추정했다. 하지만 정확한 나이가 확인되지 않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 14세' 기준, 형사처벌과 보호처분으로 갈려
용의자인 아이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A씨가 보상받을 길은 있다. 형사 책임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용의자의 정확한 나이가 처벌 수위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새율 강민기 변호사는 "타인의 에어팟을 동의 없이 가져간 것은 절도죄에 해당한다"면서도 "상대방의 연령에 따라 절차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우리 법은 만 14세를 기준으로 형사책임 능력을 가른다. 용의자가 만 14세 이상이라면 절도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대신 가정법원 소년부로 보내져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법률사무소 도진 배한진 변호사는 "만 14세 미만인 경우 형사처벌은 받지 않지만, 만 10세 이상이면 소년부 보호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형사처벌 안 받아도 부모가 '감독 책임' 져야
아이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부모의 배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들은 아이의 절도 행위에 대해 부모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변호사는 "미성년자 본인에게 배상 능력이 없더라도 감독 의무가 있는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보호자와 협의해 물건의 반환 또는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받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민법은 미성년 자녀가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감독의무자인 부모가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한다(민법 제755조). 아이가 형사책임능력이 없는 촉법소년이라도 부모의 책임은 그대로 남는다.
법률사무소 위드윤 윤성호 변호사는 "수사관을 통해 피의자의 보호자와 형사 합의를 할 수 있다"며 "만약 합의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따로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나의 찾기' 위치 정보 확보
변호사들은 현재 A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로 증거 확보를 꼽았다. 특히 '나의 찾기' 기능에 표시되는 위치 정보가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유한) 해송 박재휘 변호사는 "현재도 위치가 표시된다는 점을 담당 경찰관에게 즉시 알리고, 화면을 날짜와 함께 캡처해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에어팟 구매 영수증, 시리얼 번호 등 기기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경찰에 제출해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변호사는 "직접 위치를 찾아가 학생이나 보호자를 만나려 하기보다는 경찰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