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딸깍딸깍' 키캡 키링 소음…참다못해 경찰 부르면 처벌할 수 있을까?
지하철서 '딸깍딸깍' 키캡 키링 소음…참다못해 경찰 부르면 처벌할 수 있을까?
현행법상 처벌 규정 모호해 직접 규제 어려워
대법원 "수인한도 넘어야 불법행위"
민사 소송도 쉽지 않아

지하철 안에서 키캡 키링을 반복해 누르는 소음으로 승객 간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현행법상 직접 처벌은 쉽지 않다. /연합뉴스
공공장소인 지하철 안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딸깍딸깍' 소리에 항의했다가 도리어 막말을 듣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4일 밤 10시쯤 지하철 9호선 열차 안에서 이른바 '키캡 키링' 소음 문제로 승객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승객 A씨는 반복되는 타자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가, 한 여성이 피아노 모양의 키링을 계속 누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가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상대방은 오히려 부적절한 표현으로 비방했다. 결국 두 사람의 언쟁은 상대 여성이 지하철에서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손끝 촉감과 스트레스 해소를 이유로 자판 덮개를 활용한 키캡 키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밀폐된 지하철 안에서 발생하는 반복적인 소음은 타인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이 소음, 법으로 제재할 수는 없을까.
'경범죄처벌법' 적용 어려워⋯현행법상 규제할 근거 모호해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법으로 키링 소음을 직접 형사 처벌하기는 매우 어렵다.
가장 먼저 검토할 수 있는 법은 경범죄처벌법이다. 이 법 제3조 제1항 제21호는 "악기·라디오·텔레비전·전축·종·확성기·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을 1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키링은 단순한 장신구일 뿐, 법 조문에 명시된 전자기기나 음향기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소음의 정도가 법에서 요구하는 '지나치게 크게'라는 기준을 충족하는지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
소음·진동관리법 역시 사업장이나 공사장 소음을 규제할 뿐, 개인의 일상적인 소음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도시철도법 등 다른 교통 관련 법령에도 승객의 소음을 직접 규제하는 형사처벌 조항은 없다.
"정신적 고통받았다" 민사 소송 제기해도 승소 가능성 희박
형사 처벌이 안 된다면, 타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데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위자료) 책임은 물을 수 있을까. 이 역시 현실의 벽이 높다.
우리 법원은 소음으로 인한 민사상 불법행위가 인정되려면, 그 피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용인하는 수인한도를 넘어서야 한다고 본다.
대법원은 2016년 판결에서 "소음·진동을 규제하는 행정법규에서 정하는 기준을 넘는 소음이 있다고 하여 바로 참을 한도를 넘는 위법한 침해행위가 있어 민사책임이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키링 소음이 이 '참을 한도'를 넘었는지 입증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지하철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 교통수단으로, 열차 운행 소음과 안내방송 등 상당한 배경소음이 이미 존재한다.
누군가 습관적으로 키링을 누른 행위가 짧은 시간 동안 발생했다면, 법원이 이를 수인한도를 초과한 불법행위로 인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산적 손해가 없는 상황에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만 별도로 인정받는 것 역시 실무적으로 매우 어렵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적인 규제보다는 시민 의식과 교육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