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무죄' 판단에⋯피해자 대리한 변호사는 분노했다 "전제부터 잘못된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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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무죄' 판단에⋯피해자 대리한 변호사는 분노했다 "전제부터 잘못된 재판"

2021. 01. 13 12:28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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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국내 제조사 재판⋯SK케미칼⋅애경산업 관련자 무죄

법원 "인과관계 인정할 증거 없다⋯유죄 나온 옥시제품 성분과 유해성에서 많은 차이"

피해자 대리한 주영글 변호사 "유해성 판단에 대한 '전제'부터 잘못된 재판"한

지난 12일 법원은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한 이들 회사의 전 대표와 임직원 등 13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를 대리한 주영글 변호사는 "전제부터 잘못된 재판"이라며 비판했다. /연합뉴스

"이번 판결은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한 '전제'부터 크게 잘못됐습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상대로 피해자들을 대리했던 주영글 변호사(법무법인 강남)의 비판이다. 지난 12일 법원은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한 이들 회사의 전 대표와 임직원 등 13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에 대해 주 변호사는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결정적 이유는 해당 제품의 '성분' 때문이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는 "문제가 된 '가습기메이트'에 사용된 (합성 살충제⋅방부제 일종인) CMIT⋅MIT 성분과 폐질환 및 천식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옥시싹싹'을 판매한 옥시 전 대표가 징역 6년을 확정받은 것과 정반대의 결과였다. 이번 재판부는 "해당 제품의 성분은 유죄 판결을 받았던 옥시 등의 성분과 유해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피해범위 확대했는데⋯법원은 왜 폐섬유화와 천식만 피해로 인정했나

하지만 주 변호사는 "전제부터 크게 잘못됐다"며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폐섬유화⋅천식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전제하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고 주 변호사는 밝혔다. 폐렴 등 폐 관련 질환뿐 아니라 "독성 간염, 비염, 아토피 등 전신에 다양한 질병이 생긴 피해자들이 많고, 심지어는 비강 천공이 생긴 사람도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3월 정부도 가습기살균제의 피해인정범위를 확대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의 개정을 통해서다. 당시 환경부는 "지금까지는 폐질환 등 특정 피해 질환을 앓는 경우에만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나, 법 개정으로 그 제한을 두지 않아 폭넓은 구제가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법원은 그 반대로 '좁은 피해 범위'를 전제로 무죄 선고를 했다는 게 주 변호사의 주장이다.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 판단? 피해자에 집중했어야 했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또 다른 근거는 '동물 실험 결과'였다. 지난 2017~2019년 사이에 진행된 동물시험에서도 "CMIT⋅MIT가 인간에게 천식 등을 유발한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점을 고려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주 변호사는 비판했다. 주 변호사는 "동물실험 결과는 보충적인 의미일 뿐, 사람에 대해 그 결과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오히려 피해를 입은 '사람'에 집중해 판단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 피해자를 대리한 주영글 변호사. /로톡 DB

구체적으로 검찰과 재판부 모두를 지적했다.


주 변호사는 "검찰은 CMIT⋅MIT 단독 사용자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증거로 제출해 피해질환이 다양했음을 주장했어야 한다"고 했고, "재판부는 수많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피해자들이 실제 사망, 상해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 더 집중했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년 동안 '가습기메이트' 관련 피해를 신고한 이들은 모두 800명에 이른다.


주 변호사는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국민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곧 증거입니다. 가습기메이트의 독성물질 때문이 아니라면, 왜 (그 제품을 사용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건강이 나빠진 거죠?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2심 재판만큼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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