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연주 중 유튜브 재생한 진상 관객, '업무방해죄' 꺼내 들면 처벌할 수 있다
임윤찬 연주 중 유튜브 재생한 진상 관객, '업무방해죄' 꺼내 들면 처벌할 수 있다
공연 중 '30초' 영상 소음, 관객 분노 폭발
고의성 입증되면 업무방해죄 성립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해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마치고 관객에게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웠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손끝이 건반 위를 유영하던 결정적인 순간, 적막을 깬 건 정체불명의 기계음이었다. 무려 30초간 이어진 이 소음은 알고 보니 한 관객의 휴대폰에서 재생된 유튜브 영상 소리였다.
티켓값만 최고 45만 원. 1년을 기다려온 팬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공연이 끝난 뒤 로비에서는 "범인 잡아내라"는 고성이 오갔다. 일각에서는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다"며 한탄했지만, 정말 그럴까? '관크(관람 방해)'의 법적 책임을 꼼꼼히 따져봤다.
공연 망친 30초, 매너 문제 넘어섰다… 업무방해죄 성립 가능
"처벌할 법이 없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공연장 소란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공연법 조항은 없지만, 형법상 업무방해죄 적용은 충분히 가능하다.
형법 제314조는 위력으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을 뜻한다.
법원은 과거 식당에서 큰소리로 떠들거나 공사 현장에서 소란을 피운 행위도 업무방해로 인정한 바 있다. 하물며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클래식 공연장에서, 그것도 연주자의 독주 하이라이트 구간에 30초나 소음을 냈다면? 이는 명백히 연주자와 기획사의 공연 진행 업무를 방해한 위력 행사로 볼 수 있다.
"고의가 아니었다"는 변명, 통할까?
관건은 고의성이다. 형법상 과실로 인한 업무방해는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관객이 "실수로 눌렸다"고 주장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화 벨소리라면 모를까, 유튜브 앱을 실행하고 영상을 재생하는 과정은 여러 단계의 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음이 30초나 지속됐다는 건 즉시 끄지 않고 방치했다는 뜻이다.
법적으로는 이를 '미필적 고의'라고 한다. "내가 영상을 틀면 공연이 방해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했다면 고의가 인정된다. 특히 조용한 공연장에서 영상을 튼 행위 자체가 상식 밖이기에, 법정에서도 고의성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45만 원 티켓값, 누구에게 받아내나
화가 난 관객들 중에는 환불 가능성을 묻는 이들도 적지 않다. 45만 원, 과연 돌려받을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가해 관객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민법상 불법행위(제750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백 명의 관객이 소송을 걸어 몇만 원씩 배상받는 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싸움이다.
그렇다면 주최 측에 환불을 요구하는 건 어떨까? 주최 측은 관객에게 쾌적한 관람 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공연 시작 전 휴대폰 관리를 안내했고 직원들을 배치했다면, 주최 측에 과실을 묻기는 쉽지 않다.
임윤찬의 연주는 계속됐지만, 관객들의 마음엔 30초의 생채기가 남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성숙한 관람 문화와 이를 뒷받침할 법적 기준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