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전 신청한 보석 '묵묵부답'이다가⋯석방 하루 전날 "보석 허가, 2000만원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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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전 신청한 보석 '묵묵부답'이다가⋯석방 하루 전날 "보석 허가, 2000만원 내라"

2021. 02. 03 18:26 작성2021. 02. 03 19: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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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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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기간 만료 직전 보석 허가한 법원⋯보증금에 거주지 제한까지

법원이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구속 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보석을 허가했다. /연합뉴스⋅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


서초동에 구전으로 내려오는 말이다. 검찰이 자꾸 소환해서 피의자를 괴롭힌다면, 법원은 재판 결론을 빨리 내주지 않아 괴롭힌다는 뜻.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3일 보석으로 석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 안팎의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도 법원은 미뤄 조졌다"는 평이 나왔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데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었다.


① 이 전 기자는 내일(4일) 구속 기간 만료로 조건 없이 석방될 예정이었다.

② 법원이 4개월 전에 이 전 기자가 요청한 보석 신청을 오늘(3일) 전격적으로 허가했다.

③ 보석을 받으려면 보증금 2000만원을 내야 하고, 거주의 자유 등이 제한된다.


종합해보면 하루 일찍 나가는 조건으로 내지 않아도 될 보증금 2000만원에, 받지 않아도 될 거주의 자유 제한까지 받게 된 셈이었다. 더군다나 피고인(이 전 기자)은 재판부가 명령한 보석의 조건 이행을 거부하고 구속기간 만료를 주장할 수도 없다. 법원의 결정에 거부할 권리가 피고인에게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들 "불구속 재판 원칙 지키지 않은 것⋯비판받아 마땅"

특히 보석 신청을 받은 법원은 원칙적으로 7일 이내에 보석 결정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있어서 더 논란이 됐다.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 거였다면 차라리 원칙대로 보석을 불허한 뒤, 구속기간만료로 풀어주는 게 맞는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은 법원이 잘못했다는 비판적인 평가는 내놨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공신'의 이삼윤 변호사, '마이법률사무소'의 김지혁 변호사. /로톡 DB
(왼쪽부터) '법무법인 공신'의 이삼윤 변호사, '마이법률사무소'의 김지혁 변호사. /로톡 DB


판⋅검사를 두루 거친 이삼윤 변호사(법무법인 공신)는 "우리 형사소송규칙(제55조)은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석의 청구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그에 관한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며 "실무상으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심각한 절차 위반인 동시에 불구속 재판의 원칙과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처럼) 보석 청구일로부터 4개월이 지난 시점에 아무런 사정변경도 없는 상태에서 구속만기 하루를 남겨두고 보석을 허가한 것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마이법률사무소의 김지혁 변호사 역시 법원이 아쉬운 결정을 했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 도중 피고인 측의 보석 신청이 있었다면 보석심리일을 기준으로 보석요건을 최대한 신속히 검토하여, 기각을 하든 인용을 하든 했으면 좋았을 것이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법 집행 기관이 법률상 불구속 재판원칙이나 구속기간 준수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구속 기소·재판을 하는 것이 마치 당연하다'는 인식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비판도 있다. 이 전 기자 사건을 맡은 박진환 부장판사가 인사 대상이라, 재판의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서울중앙지법을 떠나게 된다.


이삼윤 변호사는 이에 대해 "재판의 더딘 진행, 구속 기간 내에 공소사실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보석의 형식을 취하여 피고인을 석방하면서 심리의 부담을 떨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법원 결정으로 '촌극'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이 전 기자가 보석 보증금 납부를 일부러 미뤘다면 촌극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은 보석 조건(보증금 납부 등)을 이행한 뒤가 아니면 석방될 수 없다. 실제 이 전 기자가 이렇게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 변호사는 "결국 내일 예정된 구속기간 만료에 따라 아무런 조건 없이 석방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원이 '조건부' 석방 결정을 했어도, 결국 '무조건'으로 석방되는 촌극이 벌어질 수 있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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