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받아 마약 운반했다"던 드로퍼…자발 가담 드러나 징역 3년 선고
"협박받아 마약 운반했다"던 드로퍼…자발 가담 드러나 징역 3년 선고
텔레그램선 "빚 갚게 1년 일할 것" 지원
법원, "협박당했다" 주장 배척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고수익을 노리고 마약류 유통 조직의 은닉·전달책인 일명 '드로퍼'로 활동한 A씨가 검찰의 위장 수사에 걸려들어 1심과 2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드로퍼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텔레그램 대화 내역 등을 근거로 자발적 범행이라 판단했다.
소화전에 숨겨진 밀가루⋯검찰 위장 수사에 덜미
A씨는 2023년 12월 중순경 텔레그램을 통해 해외 마약 유통 총책 B씨를 알게 된 후 범행을 공모했다.
B씨는 해외에서 마약을 수입한 뒤 국내 드로퍼를 고용해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기게 하고, 대금을 받으면 매수인에게 숨긴 장소의 주소와 사진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마약을 판매해 온 인물이다.
A씨는 B씨로부터 보수를 받고 마약류를 수령·보관·은닉하는 드로퍼 역할을 담당하기로 했다.
A씨는 2024년 1월 11일 오후 4시 45분경 B씨로부터 "다른 드로퍼 C씨가 숨겨둔 코카인과 필로폰을 수거하라"는 지시를 받고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소화전으로 향했다.
A씨는 소화전에 있던 비닐봉투를 진짜 마약으로 알고 수거했으나, 이는 수원지방검찰청 마약 수사관이 미리 케타민 약 536.2g과 필로폰 약 267.57g 대신 밀가루 등을 넣어 위장해 둔 봉투였다.
이로 인해 A씨의 케타민 및 필로폰 수수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같은 날 오후 5시 10분경 A씨는 서울 마포구의 주거지 거실에서 B씨의 지시에 따라 코카인 약 365.3g, 엑스터시(MDMA) 322정, 필로폰 약 109.9g, 대마 약 922g 등 다량의 마약류를 보관·소지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가족 위해할까 봐 어쩔 수 없이 가담"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를 절감하게 해주겠다는 인물에게 속아 불상의 물건을 수거해 주자, 그 인물이 "그 물건에 마약이 있다.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마약소지자로 경찰에 신고하거나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라고 협박해 부득이하게 드로퍼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빚 갚으려 1년은 일하겠다" 다짐⋯자발적 가담 인정
하지만 수원고등법원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총책 B씨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 내역에 자발적으로 드로퍼에 지원한 정황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B씨에게 "종전에도 같은 경험이 있다", "돈이 급하고 회생신청 중이다", "차를 팔아서 빚 갚는 데 써야 한다"라며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드로퍼 역할에 직접 지원했다.
또한 A씨는 지원 당시 건당 대가의 규모, 대가로 지급되는 가상화폐 종류, 통상적인 월평균 수입 등을 상세히 문의했으며, "갑자기 그만두는 일이 없을 것이며 최소 1년은 채우겠다"고 다짐하기까지 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A씨가 협박에 의해 범행에 이른 것이 아니라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범 4명 검거 협조에도⋯1·2심 모두 징역 3년 선고
1심 재판부인 수원지방법원은 A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수수한 물질이 진짜 마약이 아니어서 미수에 그친 점, 수사에 적극 협조해 다른 마약 판매책 및 드로퍼 4명의 검거에 기여한 점,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그러나 마약류 범죄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고, 조직적인 마약 유통 범행에서 실행행위를 분담하는 드로퍼의 죄책이 가볍지 않은 점, 소지하거나 수수하려 한 마약류의 양이 매우 많은 점 등을 지적하며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압수물 몰수를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수원고등법원 역시 "원심의 형은 주요 양형 요소들을 두루 참작하여 결정한 것으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3년을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