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정보 이용한 투기⋯같은 행동을 해도 LH 직원과 거래소 직원의 처벌 수위는 천지 차이
내부정보 이용한 투기⋯같은 행동을 해도 LH 직원과 거래소 직원의 처벌 수위는 천지 차이
주식 vs. 부동산, 내부자들의 위법한 투기 어떻게 처벌하나 비교해봤더니
내부정보 이용만 해도 처벌 가능한 자본시장법⋯부동산 투기에도 적용 시급

이번 LH 사태는 관련자들이 해당 신도시 지정 담당자가 아니란 이유로 처벌 여부조차 불확실하다. 지금도 처벌 법령은 있지만 정작 부정을 저지른 관련자들을 단죄하기엔 규정이 허술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을 받은 법이 하나 있다. /연합뉴스⋅KRX 홈페이지 캡처⋅그래픽 및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LH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고발 8일차. 여야가 앞다퉈 'LH 투기 방지법'을 내놓고 있다. 사후약방문처럼 개정 법령이 쏟아지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지금도 처벌 법령은 있지만, 정작 부정을 저지른 관련자들을 단죄하기엔 규정이 허술한 탓이다.
공공주택특별법 등은 공무원이 '정보를 어떻게 취득했나', '직접 맡은 업무였나'를 중점으로 처벌 여부를 가른다. 그러니 이번 LH 사태처럼 관련자들이 해당 신도시 지정 담당자가 아니란 이유로 처벌 여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어렵사리 기소가 이뤄져도 '직무관련성'에 대한 법관의 해석에 따라 실형이 무죄로 뒤집힐 확률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뜻밖의 주목을 받은 건 '자본시장법'이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공무원의 부패행위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자본시장법은 부동산 관련 법령이 아니다. 그런데도 LH 투기 사태와 맞물려 언급되는 이유가 있다. 주가 조작처럼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규율한다는 점 때문이다.
공공주택득별법과 달리 자본시장법은 내부자 범죄를 '상세히' 그리고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우선 ①일반 투자자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②이득을 얻거나 손해를 피하는 행위 일체가 처벌 대상이다(제174조). 이용을 금지하는 내부정보가 무엇인지도 법령에 세세히 분류해놨다.
판단 기준은 명료하다.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손해를 끼치는지만 보면 된다.
이를 LH 사태에 적용한다면 ▲신도시 지정 예정 사실을 미리 인지한 뒤(①) ▲싼값에 토지를 사들이고 토지 보상으로 시세차익(②)을 노렸다는 점에서 처벌되는 행동이다. 하지만 LH 직원들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법무법인 정법의 한용현 변호사도 "최근 대법원이 선고한 자본시장법 미공개 정보 관련 판결(2017도18164)은 LH 사례로 키워드를 대체해 읽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라며 사건의 유사성을 짚었다.
LH 사태를 고발한 시민단체 역시 "공공주택특별법 등의 입법 공백을 자본시장법 처벌 규정을 참조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방법과 수준도 달랐다.
최근 LH 직원들이 "이걸로 (투기 행위로) 잘려도 어차피 땅 수익이 평생 버는 월급보다 많다"라며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만약 동일한 경우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한다면, 이러한 낙관적인 대화는 불가능하다.
자본시장법은 위법한 거래에 참여한 내부자를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만약 위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이익 또는 손실액이 5억원 이상이면 징역 3년을, 50억원 이상이면 징역 5년을 가중한다(제443조).
여기에 벌금도 함께 부과할 수 있다. 벌금은 이익 또는 손실액의 최대 5배까지 치러야 한다. 이 조항을 고려하면 "무조건 남는 장사"라며 투기에 뛰어들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는 공공주택특별법상 규정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효과다(제57조 제1항).

한용현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은 금지 행위를 세세히 규정해 법망 안에 포섭하고 강력한 처벌도 시사한다"며 "이러한 특징 때문에 자본시장법을 적용받는 내부자들이 자연스레 정보 취급을 유의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정리해보면, 법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실효적인 처벌은 물론 사전에 위법행위 자체를 억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LH 신도시 투기 사태는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정보와 수법으로 이뤄졌다. 토지 보상에 유리한 희귀 묘목을 가져다 심었고 아파트 특별공급 기준에 맞게끔 1000㎡씩 토지를 나눠 가졌다. 이익은 있어도 처벌은 없다는 결론이 반복되며 쌓인 그들만의 '노하우'이자 꼼수였다.
이제는 공공연하게 내부 정보를 가져다 쓰는 행위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걸 알려줘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