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법원에 292억을 묶어둔 속사정… 이 돈은 누구 품으로 갈까
하이브가 법원에 292억을 묶어둔 속사정… 이 돈은 누구 품으로 갈까
민희진 전 대표 1심 승소에 따른 '가집행' 리스크 방어 목적
292억 원은 재판상 담보공탁
최종 승소자가 출급 또는 회수

하이브가 민희진과의 풋옵션 소송 1심 패소 후 강제집행 정지를 위해 292억 원을 공탁했다. /연합뉴스
법원이 선고한 255억 원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대금을 두고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법적 공방이 2라운드에 돌입한 가운데, 하이브가 법원에 292억 원의 거액을 선뜻 내어놓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민 전 대표와의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서울중앙지법에 재판상 보증 공탁금 292억 5000만 원을 납부했다.
하이브는 1심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지만, 왜 판결이 확정되기도 전에 거액의 자금을 법원에 묶어두는 선택을 했을까.
항소해도 당장 통장 압류 가능? 하이브가 직면했던 '가집행' 공포
하이브가 공탁금을 낸 가장 큰 이유는 1심 판결에 붙은 가집행을 막기 위해서다.
원칙적으로 강제집행은 판결이 확정되어야 가능하지만, 민사소송법(제213조)은 승소한 측의 권리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1심 판결만으로도 즉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가집행 제도를 두고 있다.
1심 법원은 지난 12일 "하이브는 민 전 대표에게 255억 원 상당의 풋옵션 대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하며 가집행을 허용했다.
만약 하이브가 항소만 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민 전 대표는 1심 판결문을 근거로 즉각 하이브의 예금채권이나 매출채권을 압류하고 소유 부동산에 강제경매를 넘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상장사인 하이브 입장에서 이러한 강제집행이 현실화되어 공시될 경우,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지장이 생기고 주가 하락 등 2차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하이브는 법원에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해 24일 인용 결정을 받았다. 다만 법원은 강제집행을 멈춰주는 대신, 채권자(민 전 대표)가 입을 수 있는 손해를 담보하라며 하이브에 담보 제공을 명한다.
민사소송법(제500조 제2항)상 담보 없이 강제집행을 정지하려면 보상할 수 없는 손해를 소명해야 하는데, 255억 원이라는 거액의 금전채권에서는 이를 인정받기 매우 어렵다.
결국 하이브는 경영상 타격을 막기 위해 1심 판결 금액에 지연손해금과 소송비용 등을 더한 292억 5000만 원을 공탁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방어 수단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이브가 항소심 승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공탁 시 이자 수익도 발생한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주인 없는 292억 원, 2심 결과 따라 향방 갈린다
그렇다면 법원에 맡겨진 이 292억 5000만 원은 향후 누구의 차지가 될까. 공탁금의 최종 귀속은 온전히 항소심 판결 결과에 달려 있다.
현재 이 돈은 재판상 담보공탁의 성격을 띠며, 민 전 대표는 이 공탁금에 대해 질권자(채권의 담보로 담보물을 인도받은 자)와 동일한 우선변제권을 가진다. 향방은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뉜다.
첫째, 하이브가 항소심에서 승소해 1심 판결이 뒤집힐 경우다. 강제집행정지 사유가 소멸하므로, 하이브는 법원에 담보취소 신청을 거쳐 원금 292억 5000만 원 전액과 그동안 쌓인 이자를 모두 회수하게 된다.
둘째, 민희진 전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승소해 판결이 확정될 경우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강제집행정지를 위한 담보공탁금은 집행 지연으로 인한 손해만을 담보할 뿐, 원금 자체를 담보하지 않는다.
따라서 민 전 대표가 담보권리자로서의 우선변제권을 행사해 곧바로 가져갈 수 있는 돈은 지연손해금 등에 불과하다. 원금 255억을 받아내려면, 확정판결문을 근거로 하이브가 법원에 대해 갖는 공탁금 회수청구권을 압류 및 추심하는 별도의 일반 강제집행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셋째, 항소심에서 1심의 255억 원이 일부 감액되는 등 양측이 일부 승소·패소하는 경우다. 이때는 항소심이 인정한 금액만큼 민 전 대표가 가져가고, 나머지 차액은 하이브가 회수하게 된다.
민희진 "256억 안 받을 테니 소송 끝내자"… 합의 성사 시 하이브가 전액 회수
재판 결과와 별개로 변수는 남아있다. 민 전 대표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에게 풋옵션 대금 256억 원을 받지 않을 테니, 현재 하이브가 진행 중인 민·형사 소송을 멈추고 모든 분쟁을 종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민 전 대표의 발언은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불과해 하이브가 수락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력이 없다.
만약 하이브가 이 조건부 제안을 수락하여 양측 간 소송상 화해가 성립하거나 민 전 대표가 소를 취하하게 된다면, 1심 판결은 효력을 잃게 된다. 이 경우 강제집행정지 사유가 소멸하므로 하이브는 공탁금 전액을 온전히 회수할 수 있다.
현재까지 하이브는 민 전 대표의 제안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