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진료 빨리해" 응급실에 불 지른 남성…적용 가능한 처벌 조항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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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진료 빨리해" 응급실에 불 지른 남성…적용 가능한 처벌 조항 따져봤다

2022. 06. 30 17:27 작성2022. 06. 30 17: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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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lee@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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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방화죄뿐 아니라 응급의료법 위반"

응급 환자 치료 받지 못해 피해 입으면? 그에 대한 죗값도 치러야⋯

응급실 진료가 늦어진다며 불만을 품은 60대 남성이 부산대병원에 불을 지르는 모습. 이 남성에게 적용될 처벌 조항을 따져봤다. /KNN 유튜브 캡처

슬리퍼 차림의 한 남성이 페트병을 들고 병원 응급실로 들어갔다. 페트병에 담긴 것은 다름 아닌 휘발유. 그는 휘발유를 바닥에 여기저기 쏟아붓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불길은 남성의 몸에서 시작해 순식간에 응급실 안으로 번져 나갔다.


지난 24일 밤, 부산대학교병원에서 발생한 일이다. 불을 지른 60대 남성 A씨의 범행 동기는 "응급실에 온 부인의 진료가 늦어졌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의료진의 빠른 대처로 불은 금세 꺼졌고 인명피해도 없었다. 그러나, A씨가 법적 책임을 벗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응급실에 불⋯방화죄뿐만 아니라 응급의료법 위반

우선, 병원에 불을 저질렀으니 방화죄가 성립하는 건 당연하다. 형법상 사람이 있는 건물에 불을 지르면 현주건조물방화죄로 처벌된다. 벌금형 없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 징역이다(제164조).


A씨에게 적용될 혐의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화재로 응급실에 있던 환자들은 긴급 대피했고, 연기 등으로 인해 응급실 운영은 10시간 넘게 중단됐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은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나 진료를 폭행·협박·위계·위력 등으로 방해하거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과 기물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제12조). 이 행동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태신'의 윤태중 변호사, '법무법인 무결'의 이상훈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태신'의 윤태중 변호사, '법무법인 무결'의 이상훈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태신의 윤태중 변호사는 "A씨의 행위는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처치와 진료의 방해 행위에 해당된다"고 했다.


법무법인 무결의 이상훈 변호사는 "비슷한 사건에선 응급실에서 방화를 시도한 자체로 실형이 선고된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0년 인천지법은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을 상대로 소란을 피우다 방화를 시도한 피고인에 대해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 등을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의료진이 화재 진압하느라, 응급환자 사망한다면? 그것도 A씨가 책임져야

이어 변호사들은 "만약 A씨 범행으로 인해 위급한 환자가 처치를 제때 받지 못해 죽거나 다쳤다면, 이에 대한 책임도 져야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이원의 정이원 변호사는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 특성을 고려하면, A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한 거라고 해도 법적 책임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실제로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면, 형법상 과실치사상 또는 중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경우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된다(제268조).


'법률사무소 이원'의 정이원 변호사, '법무법인 고도'의 이용환 변호사. /로톡DB
'법률사무소 이원'의 정이원 변호사, '법무법인 고도'의 이용환 변호사. /로톡DB


여기에 더해 변호사들은 "단순 과실치사상보다 한층 무거운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도 했다. 화재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게 아니라도, 그에 준하는 처벌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유로 변호사들은 "응급환자가 상주하는 응급실에 방화하면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예견 가능한 일"이란 점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고도의 이용환 변호사는 "환자가 의료적으로 사망한 것인지, 방화로 인한 치료 지연으로 사망한 것인지는 입증이 필요하다"면서도 "의료진으로부터 제때 처치를 받지 못하고, 사망 등 악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이 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방화로 인해 사람을 다치게 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사망에 이르게 하면 최대 사형이나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다(형법 제164조 제2항).


한편 스스로 불을 낸 A씨는 이 사건으로 왼쪽 어깨와 다리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범행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치료를 마치는 대로 추가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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