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변호사였던 그녀가 "친절한 변호사로 살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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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변호사였던 그녀가 "친절한 변호사로 살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건

2021. 01. 26 15:16 작성2021. 01. 26 15:24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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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년 변호사 때 경험했던 '최악의 의뢰인'

"첫사랑이랑 닮았다"며 추파 던진 50대 유부남 대표

"변호사를 정말 힘들게 하는 건 결국 인간관계⋯'건강한 거리두기' 필요해"

8년 전 새내기 변호사에게 찾아온 한 사건. 이 사건은 '친절한 변호사'가 돼야겠다 결심한 최재윤 변호사의 꿈을 바꿔놓았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변호사 자격증에 잉크도 채 마르지 않았던 때였다. 새내기 변호사는 '무조건 의뢰인에게 친절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야 '나를 믿고 사건을 맡길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단박에 깨졌다.


"최 변호사가 내 첫사랑이랑 너무 닮았어. 이렇게 따로 보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


한 의뢰인 때문이었다.

새내기 시절 만난 의뢰인⋯문제 삼기엔 로펌의 중요 고객이었다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줄 알고 나간 자리였다. 그런데 이 의뢰인은 자신보다 20살 넘게 어린 변호사에게 추파를 던졌다. 그는 50대 유부남이었고, 자식도 있었다.


8년 전 그날에 대해 최재윤 변호사(39⋅사법연수원 42기)는 "머릿속이 새하얘졌지만, 이 이야기를 당시 로펌 선배 변호사들한테는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왜일까.


우선 이 의뢰인은 최 변호사가 몸담았던 로펌의 주요 고객이었다. 한 회사 대표라고 했다. 처음 사건을 소개를 받은 것도 선배 변호사가 각별히 신경을 써준 덕분이었다. 최 변호사는 "만약 (기분을 상하게 해) 일이 어그러지면 로펌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었다"고 했다.


혹시 '괜히 여자 변호사 뽑았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도 됐다. 그래서 "웃으면서 분위기를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더욱 심해진 추파⋯ 애칭 지어서 자작시 보내고, 해외 같이 가자고 하고

그러나 이 의뢰인의 추파는 한 번으로 멈추지 않았다.


"사랑하는 나의 은영. 그대를 알게 된 후 세상이 더욱 아름답고 빛나오⋯."


의뢰인은 최 변호사의 개인 메신저로 자작시를 지어 보내기도 했다. '은영'은 그가 마음대로 지은 최 변호사의 애칭이었다. 언제부턴가 호칭도 반말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너(최 변호사)를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키워주겠다"고 했다.


결정적인 한 방은 따로 있었다. 최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받았을 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결심했다.


"곧 해외에서 큰 행사가 열려. 원래 다른 변호사가 가고 싶어 했던 건데, 너랑만 가려고 해. 비용은 내가 다 댈게.


호텔방은 하나만 예약하면 되지?"


최재윤 변호사 "변호사를 정말 힘들게 하는 건 인간관계"

이에 최 변호사는 장문의 답장을 썼다. "대표님의 관심과 호의에는 감사하지만, 여자가 아니라 변호사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다행히 그다음부터는 추파가 없었다.


9년차 변호사가 된 최 변호사는 이제 더 이상 '친절한 변호사'는 아니다. 대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변호사'를 지향한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가 딱 법적인 일만 하는 것 같겠지만 변호사를 정말 힘들게 하는 건 결국 의뢰인과의 인간관계"라며 "남자 의뢰인이든, 여자 의뢰인이든 선을 두지 않으면 온갖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일례로 새벽 3시에 전화해 "이제 세상을 떠나야겠다"며 극단적 선택을 예고하는 의뢰인도 있었다고 최 변호사는 말했다. 의뢰인에게 '깊게' 공감해주기 시작하면 부지기수로 생기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초년 변호사 때는 잘 몰랐지만, 의뢰인과 '건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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