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사줄게" 빚 있는 부모의 부탁…명의 도용할까 두려운데, 방법이 없나요?
"하이닉스 사줄게" 빚 있는 부모의 부탁…명의 도용할까 두려운데, 방법이 없나요?
부모 부탁 거절하자 "인간도 아니다" 폭언
동생 계좌까지 노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대 청년 A씨는 최근 부모님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빚이 있는 부모님이 자신의 명의를 도용해 몰래 대출을 받으려 한다는 의심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 잠을 자고 있던 A씨를 부모님이 깨웠다. A씨 명의로 온 증권사 본인인증 문자를 보여주며 "하이닉스 주식을 사주겠다"고 했다.
잠결에 인증번호를 알려달라는 요구를 세 차례나 거절하자, 부모님은 "넌 인간이 아니다"라는 폭언까지 했다.
최근에는 갓 성인이 된 동생을 앉혀두고 계좌 비밀번호를 맞혀보는 모습까지 목격했다. 부모님이 자신의 이름으로 사채까지 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A씨는 법적 대응 방법을 미리 알아보기로 했다.
'인증번호 절대 금물'…지금 당장 신청해야 할 '대출 차단' 서비스
변호사들은 A씨의 불안이 단순한 심증이 아닐 수 있다고 보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 조치부터 취하라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어떤 이유로든 인증번호나 개인정보를 부모에게 넘겨주지 않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지헌의 임대환 변호사는 "인증문자(OTP) 요구 시 절대 알려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휴대전화 잠금 설정 강화, 통신사 명의도용 차단 서비스 신청, 금융 앱 비밀번호 변경 등을 즉시 실행하라고 권했다.
법무법인 연우 부천분사무소 이숭완 변호사 역시 "본인 명의로 금융거래 및 통신 가입을 차단하는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 조치"라고 설명했다.
새올법률사무소 강원모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증권·은행 등 모든 금융사에 '명의도용 우려' 사실을 알리고 비대면 계좌 개설이나 대출을 제한해달라고 요청해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만약 이미 대출이 실행됐다면? "본인 동의 없었다면 원칙적으로 무효"
최악의 경우, 이미 명의가 도용돼 대출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본인이 동의하지 않은 계약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므로 채무를 갚을 책임이 없다.
이숭완 변호사는 "판례는 타인이 명의를 도용하여 체결한 대출계약은 명의인에게 효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보고 있다"며 "본인이 인증번호를 제공하거나 서류에 서명하지 않았다면 계약 성립 자체를 다툴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이상 거래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됐다면 즉시 해당 금융사에 '명의도용 사고'를 접수하고 계좌 및 대출 거래 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동시에 경찰에 명의도용 및 사기 혐의로 신고해 사건 번호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법적으로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자신에게 빚 갚을 의무가 없음을 확인받는 소송)'을 통해 명의도용으로 발생한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넌 인간이 아니다" 부모님 발언, 그 자체가 증거가 될 수 있다
대출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려면 '내 동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관련 증거를 모아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임대환 변호사는 "부모가 인증번호를 요구한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메신저 대화, 날짜와 시간이 보이게 캡처한 문자메시지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의 경우 "인증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던 부모님의 발언이나 "넌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한 폭언 등이 녹음되었다면 그 자체가 명의를 도용하려 한 정황이자, A씨가 자발적으로 협조한 게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강원모 변호사는 "신용조회 알림 내역, 금융사 상담원과의 통화 녹취 등도 모두 중요한 증거"라며 "가족 간의 일이라도 예외는 없으므로 철저한 기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