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헌신하고, 봉사한다"⋯'코로나19' 확산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싸웠던 공무원
"국가에 헌신하고, 봉사한다"⋯'코로나19' 확산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싸웠던 공무원
국가 비상사태⋯사흘 사이 2명의 '코로나19' 담당 공무원 사망
"전례가 없는 일" 잇단 사망에 당혹스러운 인사혁신처

지난 27일 부산 부산진구 신천지 관련 시설 출입구 앞에서 부산진구 방역팀이 방역작업을 펼치고 있다. 부산진구는 동별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신천지 관련 시설을 폐쇄하고 신도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주기적으로 순찰을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국가에 헌신(獻身)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
공무원 헌장(憲章)이 말하고 있는 107만 대한민국 공무원의 지향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모두의 평온한 일상을 집어삼킬 때, 공무원들은 맞서 싸웠다. 그중에는 몸이 버티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지난 사흘간 두 명의 공무원이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두 사람은 모두 '코로나19' 방역 담당 공무원이었다. 한 명은 '업무 과중'을 토로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다른 한 명은 과로사로 숨을 거뒀다. 잇따른 사건에 인사혁신처 관계자도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 검토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며 "어려운 사안이다"고 말했다.
변호사들과 사건을 분석했다. "한 명은 순직이 인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 명은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왜 그런지 정리했다.
고된 업무에 시달리던 코로나19 담당 공무원들의 비극은 지난 25일 시작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을 넘기기 하루 전날이었다. 방역 당국이 총력전을 벌이던 때였다.
새벽 5시가 되기도 전, 이른 새벽. 한 공무원은 과천 청사로 출근하는 대신 동작대교를 찾아 한강으로 몸을 던졌다. 법무부 비상안전기획실 소속 A(30)씨였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일이 많아져서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불과 이틀 뒤인 지난 27일에는 전주시청 총무과 7급 공무원 B(4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잠들기 전 아내에게 "몸이 피곤하다"고 말했는데, 그게 그의 마지막 말이 되고 말았다. B씨는 최근 몇 주 동안 쉬지 못하고 일했고, 매일 퇴근 시간이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였다고 한다.

사건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과로사한 B씨는 '순직'이 넉넉히 인정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관련 공무수행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사망했으니 그에 걸맞은 권리가 주어질 것이라는 취지다. 유족에게 보상금과 연금이 나온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해자현의 조은결 변호사는 "순직을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B씨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한 달가량 연일 새벽까지 밤낮, 주말 없이 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변호사박생환법률사무소'의 박생환 변호사도 "전형적인 과로사의 형태로 보인다"고 했고,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 역시 "그렇게 보인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은 "B씨는 일반 '①순직'을 넘어 '②위험직무 순직'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유족들이 받는 보상 수준이 크게 높아진다.
위험직무 순직으로 인정받으면 '❶순직유족연금'과 '❷순직유족보상금'을 받는다는 점은 같다. 다만 보상 비율이 크게 올라간다. 연금은 기준소득월액의 38%에서 43%로, 보상금은 공무원 전체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의 24배에서 45배로 바뀐다.
다만, 조은결 변호사는 "'②위험직무 순직'은 공무원 중에서도 위험 사무에 종사하는 자를 대상으로 인정되는 것이라 다소 제한적으로 해석된다"며 "B씨가 단순히 부처 내 사무실에서 근무를 했는지, 아니면 현장을 돌면서 직접적인 확산 방지 업무를 했는지를 따져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②위험직무 순직'이 인정된 경우는 현장에서 공무원이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했을 때였다. 소방 공무원이 산불이나 화재를 진압하다가 숨진 경우나 불법 조업 단속 중 폭발사고로 해수부 공무원이 숨진 경우가 대표적이다.
현재 전주시는 B씨에 대해 "'①순직'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A씨의 경우는 "지금까지 나온 정보로는 확답할 수 없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과로가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된 건 아니라는 측면에서다.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박생환 변호사는 "A씨가 과로를 암시하는 유서를 남겼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도 A씨의 상태가 '이 정도'로 심각했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15년 대법원 판례가 그 기준이다.
당시 대법원은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질병(우울증 등)이 발생하거나 기존의 질병이 악화되고, 또 그 질병 때문에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일 때에는 "공무와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순직이 맞는다"고 인정된 사건은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켰다. 근로감독관이 새로운 업무를 맡고 12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다. 당시 공무원은 새로운 업무를 맡은 지 5일 만에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우울병 장애와 적응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다. 한 번 더 정신과 진료를 받은 뒤, 그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만 이재용 변호사는 "행정부에서 A씨를 순직으로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여기에 불복해 행정법원까지 가게 될 경우 순직이 인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