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X끼” 격렬 항의⋯압수수색 영장 가지고도 대학생에 무기력했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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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X끼” 격렬 항의⋯압수수색 영장 가지고도 대학생에 무기력했던 경찰

2019. 10. 23 18:51 작성
안세연 인턴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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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사관저 월담 시위' 관련 대진연 압수수색한 경찰

적법한 절차 거친 압수수색 방해⋯ "양아치" "깡패XX" 욕설까지

"진보 단체 대학생들에 공권력 무력화됐다" 우려도

경찰이 지난 22일 주한미대사관저를 월담해 기습 침입한 대학생진보연합 관련 시민단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가운데 집행 과정에서 경찰과 대진연 측의 실랑이가 극에 달했다. /'대진연' 페이스북

사무실 안에 모인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삿대질을 해댔다. 방향이 같다. 경찰 형광조끼가 표적이다. 참수리 무늬 모자를 쓴 경찰관들이 두리번거리며 멀거니 서 있다.


욕설과 윽박도 들린다. “용역 깡패만도 못한 X끼들아!” “너 이름 뭐야!” “양아치 나와라” 하나같이 목소리가 크다. “깐족거리지 말라”며 얼굴 앞에서 손까지 흔든다. 모두 경찰관에게 퍼부은 폭언이다.


듣다못해 지휘관이 나섰다. “경찰관을 폭행하면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 엄중 경고다. 아랑곳 없이 “폭행은 네가 했잖아! 이 깡패 X끼야”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결국 우르르 물러난 건 경찰관들이었다.

'미국 대사관저 월담 시위' 대진연 회원 4명 구속

지난 21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대학생 등 19명이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관저의 담을 넘어 들어가 시위를 벌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30년만에 일어난 미 대사관저 침입이었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이 모든 주한 외교 공관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urge)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정부에 대한 항의였다.


당시 체포된 19명은 “해리스는 이 땅을 떠나라” “분담금 인상 절대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중 7명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고, 4명이 실제 구속됐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다음 날 경찰은 곧바로 압수수색영장까지 받아 수사에 속도를 냈다. 가장 먼저 ‘대사관저 월담 사건’을 주도한 한 피의자가 생활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성동구 ‘평화이음’ 사무실로 출동했다. 사건 배후자와 지시자가 누군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깡패X끼" 욕하며⋯ 압수수색 경찰에 격렬 항의

이날 오전 10시 30분쯤부터 오후 6시까지 평화이음 사무실 주변은 아수라장이었다. 집행 과정에서 경찰과 대진연 측의 실랑이가 극에 달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된 영상을 보면 대진연 측은 경찰을 향해 “너 이름 뭐야” “우리가 범죄자냐”고 소리쳤다.


경찰이 지난 22일 주한미대사관저를 월담해 기습 침입한 대학생진보연합 관련 시민단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수색은 '대진연' 소속 대학생들의 항의에 오후 6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연합뉴스


이 장면이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지금도 이 영상은 대진연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압수수색을 집행한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변호인 참여 하에 영장에 적시된 자료들을 확보했으며, 앞으로 포렌식 절차를 거치는 등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의와 비협조로 난항을 겪었다”고 했다.


변호사들은 “명백한 공무집행방해"라며 “불법이 공권력을 짓밟았다”고 평가했다. 다음 두 가지 대목에서 그렇다.


먼저 대진연 측은 ① 압수수색 집행을 위해 찾아온 경찰에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② 출동한 경찰에게 ‘깡패X끼’ ‘양아치’ 등 욕설을 했다.

'압수수색 방해' 대진연, 공무집행방해죄 처벌 가능할까?

먼저 ① 압수수색 집행을 위해 찾아온 경찰에 문을 열어주지 않은 점에 문제가 있다. 당초 경찰은 오전 10시쯤 평화이음 앞에 도착했다. 그러나 대진연 측에서 문을 개방하지 않았다. 결국 소방 당국 협조를 받아서야 11시쯤 집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항의와 비협조로 제대로 된 집행은 11시 20분이 되어서야 이뤄졌다.


이 때문에 압수수색은 시작도 하기 전에 1시간도 넘게 지연되는 등 차질을 빚었다. 법률사무소 의담 박상우 변호사는 “영장집행을 위해 찾아온 경찰에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는 행위는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기 위해 힘을 행사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집행 과정에서 대진연 측은 ② 경찰에 ‘깡패XX’ ‘양아치’ 등 욕설을 퍼부었다. 박상우 변호사는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라며 “여러 명이 위력을 보이며 공무를 방해한 것이므로 특수공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 역시 “여럿이서 정당한 공무를 방해한 점에 비추어 보아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였다는 근거에서다.


공무집행방해죄 외에도 해당 경찰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한다.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로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관련된 물건만 가져가야 한다" 대진연의 주장, 사실은⋯

대진연 측은 이날 압수수색 집행에 저항하며 “침입을 주도한 A씨와 관련된 물건만 ‘선별’해서 가져가라”고 요구했다.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 사유가 A씨와 관련되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대진연 측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A씨의 주소지로 영장이 나왔는데 경찰은 사무실의 온갖 컴퓨터와 자료를 다 수색하려고 한다”고 경찰을 비난했다.


그러나 이는 정당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재용 변호사는 해당 주장에 대해 “영장이 주소지로 발부된 이상 그 안에 있는 물건은 경찰이 다 뒤질 수 있다”며 “주소지로 특정이 된 영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정 물건만 들고와라’는 영장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당시 경찰도 항의하던 대진연 학생에게 “원래 사무실에 있던 물건인지, 선생님(해당 학생)이 반입하신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압수수색 전 쓴 메모 돌려달라" 요구에, 순순히 돌려준 경찰

대진연 측 저항의 근거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대진연은 “압수수색이 집행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몰래 메모하다 들켜서 돌려받았다”며 “경찰이 계속해서 부당행위를 하고 있다. 규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적은 그림 한 장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대진연측이 요구해 돌려받은 경찰의 메모. 해당 메모에는 압수수색 대상 사무실의 위치도가 그려져 있다. /'대진연' 페이스북


해당 메모에는 압수수색 대상이 된 사무실에 놓여있는 노트북과 PC의 위치, 갯수가 적혀있었다. 대진연 측은 “압수수색도 안 했는데 왜 메모 하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그러나 이 역시 법조계에서는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용 변호사는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정당하게 사무실에 진입했다”며 “압수수색을 집행하기 전에는 사진을 찍는 경우까지 종종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 때문에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메모를 돌려준 경찰 측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날 압수수색을 놓고 경찰 안팎에서 “진보 단체가 사법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공권력이 또 무력화됐다”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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