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망상으로 작성한 겁니다" 이 해명이 자신에게 더 불리할 줄도 모르고
"그건 망상으로 작성한 겁니다" 이 해명이 자신에게 더 불리할 줄도 모르고
'일베' 회원으로 성희롱성 게시물 올린 경기도 7급 공무원 합격자
이재명 경기지사 "사실이라면 공무를 수행할 자격 없다" 강경 입장
변호사들의 예상은? "망상이란 해명이 사실이라도 임용 취소될 가능성 크다"

일베에 수년간 성범죄가 의심되는 게시물을 올렸던 A씨의 "망상으로 올린 글"이라는 해명. 변호사들은 "오히려 발목을 잡은 변명이다"라고 평가했다. /네이버 웹툰 '공부하기 좋은 날'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극단적인 내용의 게시글이 빈번하게 올라와 자주 논란이 되는 '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 수년간 왕성한 활동을 했던 A씨. 그가 최근 경기도 7급 공무원에 합격했다는 '인증 글'을 올리자, 이를 본 누군가가 "A씨의 공무원 임용을 막아달라"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이 청원 글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했고, 급기야 경기도까지 나서서 "임용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A씨는 "그동안 내가 올린 글은 사실이 아니다"며 "커뮤니티라는 공간의 특성상 자신이 '망상'하는 거짓 스토리를 올리는 경우는 흔하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이 A씨의 임용취소를 막을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의 자문을 구해봤다. 그런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변명이 A씨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었다. 반성문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스스로를 임용취소 쪽으로 몰아넣었다는 변호사들의 분석. 로톡뉴스가 정리해봤다.
A씨의 게시글은 여러 차원에서 다양한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논란이 된 건 성범죄가 의심되는 게시물들이었다.
A씨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했다며 여성의 속옷 사진을 올렸고, '원나잇 증거'라며 여성 혼자 사는 듯한 원룸 사진도 올렸다. 이 사진에는 샤워부스도 담겼는데, 누군가 샤워하는 듯한 실루엣까지 찍혔다. 그 외에도 불법 촬영으로 의심되는 여러 사진들이 있었다.
이 사진들과 글의 내용이 "모두 망상에 기반한 글"이라고 할지라도 변호사들은 A씨가 공무원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유는 그가 쓴 반성문에 있었다.
특히 반성문에 적힌 "그동안 모 사이트(일베)를 비롯해 제가 올렸던 글의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는 문장에 주목했다. 이 문장은 아래와 같이 해석이 가능하다.
① 일베에 올라간 그 글을 내가 쓴 것이 맞다. ② 그 내용은 (사실이 아닌) 망상에서 비롯한 것이다.
법률사무소 명현의 최영식 변호사는 "게시글을 쓴 게 A씨라는 사실을 스스로 말한 것"이라며 "사실상 자백을 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했다.
"자기가 쓴 글"(①)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에, 임용 자격이 상실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분석했다. 성적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을 올린 이상,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점은 비교적 명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률 자문

법률사무소 서화담의 백혜랑 변호사는 우선 A씨가 논란의 사진을 올린 것 자체만으로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제13조⋅같은법 제14조 제2항)이라고 했다. 이 법은 제13조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일으키는 사진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고, 제14조 제2항은 '이러한 사진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반포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백혜랑 변호사는 "A씨가 실제로 미성년자 등과 성관계를 한 게 아니고, 허위사진을 올린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진들 중 일부는 사람의 얼굴⋅신체 등 일부가 나왔다"며 처벌 가능성을 점쳤다.
이어 "처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임용 자격 상실 사유라고 봐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백 변호사는 분석했다.
또한 "('망상'으로 작성한 것이었다는 해명은) 인사위원회에서 통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더욱 불리한 위치에 서게 하는 주장"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른바 자승자박 결과를 가져오는 해명이라는 말이다. 왜 그럴까.
최영식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징계 사유가 있다'는 건 인사위원회가 입증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이 사건은 A씨가 반성문에 남긴 말 때문에 예외가 됐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A씨는)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게 일단 사실이고, 본인이 글을 올리면서 '성관계를 했다', '주면 먹냐'(성관계할 것이냐)와 같은 말을 했다는 걸 이미 밝혔다"며 "'나에게 징계 사유가 있습니다'라고 자백한 것'과 다를 바 없고, 이렇게 되면 입증책임이 뒤바뀐다"고 했다.
백혜랑 변호사도 똑같이 분석했다. 백 변호사는 "(이미 자신이 쓴 글이라고 인정한) 게시글이 망상이라고 주장하려면, (망상이라는 주장 사실에 대해) 주장한 자가 입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인사위원회에서 임용 자격 상실을 결정하더라도, A씨에 '마지막 희망'이 있긴 하다. 법원에 "인사위원회의 해당 결정은 부당하다"며 "취소 또는 무효 확인을 해달라"는 소송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백혜랑 변호사는 "소송을 내더라도, 임용 취소를 뒤집기는 힘들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행위가 빈번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이미 임용된 공무원도 성희롱⋅성폭력, 인터넷 성범죄 등을 저지르면 해임⋅파면 등 중징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영식 변호사는 "임용 자격 상실은 사실상 해임에 해당하는 무거운 수준의 징계"라며 "실제 A씨 본인이 촬영한 사진이 맞는지, 단순히 허위성 글을 올린 것인지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