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공단, 비상자동제동장치 없는 수입 튜닝카 '안전검사' 거부했다가...법원에서 패소
교통안전공단, 비상자동제동장치 없는 수입 튜닝카 '안전검사' 거부했다가...법원에서 패소
비상자동제동장치 없다고 안전검사 신청조차 막은 공단
법원 "검사받을 권리부터 보장해야"…교통안전공단 '접수 거부'는 위법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이미지.
"내 차, 안전검사 받을 자격조차 없다고요?"
해외서 들여온 한정판 자동차의 안전검사 신청을 서류 단계에서 거부당한 수입업자가 소송을 내 승소했다.
법원은 설령 검사 결과가 부적합할 것이 명백해 보이더라도, 법에 정해진 절차를 건너뛰고 신청 자체를 막는 것은 위법이라고 못 박았다. 행정 편의주의보다 국민의 절차적 권리 보장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는 자동차 수입업자 A씨가 한국교통안전공단을 상대로 낸 '자동차 안전검사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서류 다 냈는데 문전박대"… 1년 넘게 발 묶인 한정판 자동차
사건의 발단은 2022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해외 경매 사이트를 통해 꿈에 그리던 한정판 튜닝 자동차를 낙찰받았다. 1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한국 땅을 밟은 자동차.
A씨는 정식 번호판을 달기 위한 필수 절차인 '자동차자기인증'을 밟기 시작했다. 자동차자기인증이란, 자동차가 국내 안전 기준에 적합함을 제작·수입업자 스스로 인증하는 제도로,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차는 사실상 고철이나 다름없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A씨와 같은 소규모 제작자는 성능시험대행자인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기술검토와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A씨는 2023년 7월 기술검토를 마쳤고, 이를 바탕으로 2024년 3월 최종 관문인 안전검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접수 불가"였다. 공단은 A씨의 자동차에 '비상자동제동장치(AEBS)'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2022년 10월 개정된 자동차 규칙에 따라 해당 장치가 의무화됐으니, 검사를 해보나 마나 부적합이 뻔하다는 논리였다.
A씨는 "규칙 해석상 내 차는 장착 의무가 없을뿐더러, 설령 문제가 있더라도 일단 검사는 진행하고 부적합 통보를 하는 게 순서 아니냐"며 반발했지만, 공단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A씨는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어차피 탈락할 차" vs "그래도 검사는 해달라"… 팽팽한 법정 공방
법정에서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게 맞섰다. 공단은 "기술검토 단계에서 이미 부적합이 확인됐으므로 A씨에겐 안전검사 신청권 자체가 없다"며 "검사 비용 낭비를 막기 위해 안내한 사실상의 통지일 뿐, 소송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의 통보는 단순 안내에 불과하니, 법원이 아예 이 소송을 다룰 필요조차 없다'며 사건의 문턱에서 소송 자체를 각하해달라는 일종의 '방어 전략'이었다.
반면 A씨 측은 "법에서 정한 서류를 모두 제출했다면 공단은 신청을 접수하고 검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면서 "결과가 어떻든 검사를 받을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 것은 명백한 절차적 권리 침해"라고 맞섰다.
재판부의 일침 "행정 편의주의에 빠져선 안 돼"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핵심은 '절차적 권리'였다.
재판부는 "자동차관리법령 어디에도 기술검토 결과가 적합해야만 안전검사를 신청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며 "법령상 요건을 갖춰 신청했다면, 공단은 이를 접수해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통보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안전검사에서 부적합 처분을 받을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신청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에 치우친 것"이라며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막기 위한 절차적 통제 원리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안전검사 절차를 통해 '재검사'를 요청하거나 '기술검토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재판부는 "이러한 절차적 권리의 보장이 원고의 실체적 권리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국민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에 앞서 실체적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신청권 행사 자체를 막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은 공단이 A씨의 안전검사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행정기관이 효율성이나 편의를 이유로 법에 명시된 절차를 생략해서는 안 되며, 국민의 권리 구제 기회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